미중 패권전쟁의 끝은?
중국이 미국처럼 세계 패권을 쥘 수 없는 이유를 구구절절이 한 학기 내내 강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패권은 단순한 경제력이나 군사력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타국이 기꺼이 받아들이고 동경하는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기반 위에서 형성된다는 점이다.
인류는 경제성장으로 달성된 부와 경쟁만으로 창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화와 교류 속에서 창의력은 꽃피고, 이러한 창조성은 문화를 형성하며, 그 문화가 주변국으로 퍼져나가면서 신뢰와 존경을 얻는다. 미국은 단순히 경제적 강국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과 개방적 문화,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나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통해 전 세계인의 동경을 받아왔다. 사람들은 미국을 알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하며, 그곳에서 살아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중국의 현실은 다르다. 언론의 자유가 심히 제한되고, 문화 대혁명(文化大革命)과 같은 역사적 사건조차 제대로 교육되지 않는 사회에서, 창의성의 발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14억 인구가 유치원입학과 동시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경쟁이 단순한 시장 원리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부의 강력한 개입 아래 조정된다면, 자연스러운 혁신의 흐름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전 세계가 중국의 문화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상황이 오기는 쉽지 않다.
나는 중국에서 1000명이 넘는 지인들과 위쳇을 통해 소통하고 있고, 한 중국 SNS에서 인플루언서로 많은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중국은 5000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인데, 미국은 겨우 300년도 채 되지 않은 역사로 어찌 중국보다 위대한 문화를 창출할 수 있냐”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화낼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미국 시민권을 가진 한국인으로써, 그 말에 호기심이 생겨 질문을 던졌다. “너는 5000년의 중국 역사가 모두 한족(汉族) 중심이라고 생각하느냐?” 사실, 초기 중국의 상나라는 한족 중심이 아니었고, 진한 제국 이후 한족 중심의 문화로 확장되었으며, 원나라와 청나라는 각각 몽골족과 만주족이 세운 국가였다.
정부의 철저한 허락된 자유, 왜곡된 역사의식, 태생적인 경쟁의 사회는 결코 중국식 르네상스를 만발하게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중국을 무시할지언정, 동경하는 미래는 결코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소련처럼 붕괴하거나,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의 늪에 빠질 것이라 단언할 수도 없다. 중국이 가진 14억 인구라는 시장의 크기는 그 자체로 세계 경제의 중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미 수천수만 개의 중국에 위치한 각국의 생산기지를 갑자기 막대한 돈을 들여 다른 나라로 이전하기도 쉽지 않다. 어느 정도 낮은 임금의(물론 예전보다 높은 임금 상승) 노동력과 중국인들 특유의 근면함, 그리고 수천억 수십조를 들여 세계 최고의 고속기차와 고속도로등의 인프라를 구축한 중국을 버리고 이만한 대체 생산기지를 찾기도 미지수이다. 어떤 나라든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쉽게 단절할 수 없다.
애플만 보더라도, 현재 전 세계 아이폰 생산의 70~80%를 담당하는 폭스콘 공장이 중국에 위치해 있다. 만약 이 공장이 정치적 이유로 문을 닫아야 한다면, 애플의 매출은 단숨에 80% 이상 급감할 것이며, 그 공백을 삼성, 화웨이, 샤오미, 오포 같은 경쟁 기업들이 빠르게 채울 것이다. 일본의 소니가 한때 세계적인 전자 기업이었지만, 시장의 흐름을 놓쳐 PC 사업을 철수했던 사례처럼, 애플 역시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현재 연매출의 30~40%가 중국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데, 과연 서방이 정치적 이유로 이 거대한 시장을 포기할 수 있을까? 미국과 서구 국가들은 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그 기저에는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가 작동한다. 특히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투자 자본가들이며, 이들은 수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19세기 영국이 아편전쟁까지 감행하면서도 중국 시장을 개방하려 했던 것은, 당시 영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고 국고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그런 역사를 가진 서방 국가들이 과연 14억 인구의 시장을 순순히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19세기처럼 전쟁을 불사해서까지라도 14억의 시장을 장악하려 할 것인가? 다시 강조하면 그들은 결코 돈을 포기 못할 뼛속까지 자본주의자들이다.
그 어떤 미래 기술혁신도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가 없으면 헛 것이다. 그래서 기술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미국은 이미 알고 있다. 단순한 기술 발전만으로 중국을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특히 중국의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완전한 개방 상태이며, 위안화가 달러처럼 글로벌 기축통화로 자리 잡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흔들릴 수도 없다. 미국이 홀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제한적이다.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고율 관세 부과,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는 조치가 현재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주요 카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여전히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자국 중심의 기술 개발과 공급망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비록 중국 경제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5-6%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영국, 독일은 각각 2.8%, 0.9%, -0.2%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성장 경기를 겪고 있다. 14억의 크기를 자랑하는 중국이 여전히 5-6%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패권 경쟁은 단기간에 끝나는 게임이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연 세계가 어느 나라의 질서를(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포함하는 모든 사회의 질서) 기꺼이 받아들이려 하느냐이다. 패권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동경과 신뢰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