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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투기사이.

by Dr Sam

어느 날 거시경제학 수업을 마친 후 한 학생이 다가왔다.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고, 무언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이 투자한 밈 주식이 숏 스퀴즈(Short Squeeze)를 맞아 큰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나는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지었지만,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는 않았다.


가끔 처음 주식을 샀던 25년 전이 떠오른다. 지금처럼 스마트폰도, 와이파이도 없던 시절이었다. 투자를 하려면 직접 서류를 작성하고 서명을 해야 했고, 정보 하나를 얻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야 했다. 그때 투자했던 50만 원은 대학생이었던 내게 꽤 큰돈이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알아보고 또 알아보면서 신중하게 투자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투자 방식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제는 '밈 주식'이라는 단어가 생겨났고, 기업가치나 펀더멘털 분석은 뒷전이 되었다. 대신 SNS를 통해 무작정 군중심리를 따라 매수하는 모습이 흔해졌다. 사양산업이 되어버린 미국의 한 극장 체인 주식, AMC가 밈 주식으로 떠올랐을 때조차, 정작 회사 CEO는 자신의 지분을 팔아버렸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열광했다.


수익률이 8%만 되어도 훌륭한 투자라고 할 수 있지만, 이제는 몇십, 몇 백 퍼센트의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되었다. 한 방을 노리는 투자 문화 속에서, 금융 시장은 원래의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

한 나라가 개발도상국에서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필수적으로 투자(Investment)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 시장(Financial Market)은 발전해 왔고, 주식 시장(Stock Market)은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되어왔다. 오늘날 우리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스타벅스 역시, 이러한 투자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주식 시장은 점점 합법적인 도박장처럼 변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 기간 동안, 아마존과 포드의 지원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던 리비안(Rivian)은 상장 당시 주가가 78달러였지만, 불과 며칠 만에 17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급락했다. 지금은 13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독일의 한 태양광 자동차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상장가 15달러에서 단 하루 만에 45달러까지 급등한 뒤, 결국 수직 하락했다.


스마트폰 혁명과 와이파이, 그리고 5G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고, 24시간 내내 주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이 오히려 그들을 올바른 투자자로 성장시키기보다, 투기와 단기적 수익에 집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몇 해 전, 투자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투자 클럽(Investment Club) 설립을 제안했고, 그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매년 수천만 원씩 투자를 하는 투자자로서, 금융 발전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나는 문득 마음이 먹먹해지고,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래도 또 하나의 살아가는 이유가 생겼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면, 투기(speculation)가 아닌 올바른 투자(investment)를 고민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바른 투자습관을 가지는 미국사회를 이끌어 갈 다음 세대를 교육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투자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투기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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