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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정책 환경 차이

by Dr Sam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기술 기초 역량이 한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주요 핵심 분야에서 명확히 확인된다. KISTEP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고 기술 선도국을 100%로 가정했을 때,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은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한국 84.1%(3위), 중국 88.3%(2위)

전력반도체: 한국 67.5%(6위), 중국 79.8%(4위)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 한국 81.3%(5위), 중국 83.9%(4위)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 한국과 중국 공동 4위(74.2%)


즉, 패키징 기술을 제외한 모든 주요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중국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CXMT는 2020년 글로벌 DRAM 시장 점유율이 거의 0%였으나, 2024년에는 5%까지 확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중대한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발전을 가능하게 한 요인

중국이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빠르게 향상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다. 중국 정부는 공산당 주도의 경제 계획을 바탕으로, 10년, 20년 이상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를 수행해 왔다. 예를 들어,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지원을 지속해 왔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공산주의 체제가 개인의 창의성을 억압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국가 발전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정책 환경 차이

미국과 중국의 정치 체제는 정책 결정 방식과 경제 운영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 대의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하며, 정책이 정권 교체에 따라 변화하는 경향이 크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무역 제재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되었으나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회의 견제와 여론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여, 장기적 계획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중국: 공산당 일당 체제 아래에서 국가가 경제 발전을 주도한다. 정부가 직접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기업에 대한 규제를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어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정부 보조금과 연구개발 지원이 있다.


장기 정책 vs. 자유시장 경제: 무엇이 더 경쟁력 있는가?


미국은 올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지난 4년간 바이든이 추진해 온 정책들을 행정명령으로 중지해 버렸다. 바이든이 지난 4 동안 잘했다면 다시 4년을 집권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권이 교체된다. 하지만 4년이라는 짧은 시행시간 동안에 중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경제가 지속가능하게 추진되기엔 한계가 존재한다. 즉 미국은(혹은 한국은) 단기적 경제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들을 통해서 정권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10년 20년의 장기 정책은 중국이니까 가능한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또한, 사회 통제 방식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되며, 언론과 사법부가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독립성을 가진다. 반면, 중국은 정부의 검열과 통제가 강력하며, 인터넷과 미디어도 국가에 의해 감시된다. 예를 들어, 중국은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등의 해외 플랫폼을 차단하고 자체 플랫폼(웨이보, 위챗 등)을 운영하면서 정보를 관리한다.


이러한 정치제도의 차이는 두 나라의 정책 일관성과 경제 성장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단기적 인정책 변화가 많지만, 개방성과 혁신적인 기업 문화가 강점이다. 반면, 중국은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지만, 정부의 강한 통제가 창의성과 개방성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러한 정치적 차이는 미·중 경쟁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기술·경제·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두 국가의 전략적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과 한국처럼 표현의 자유와 시장 자율성을 보장하는 체제는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는 강점을 갖는다. 하지만 편향된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불안을 야기하고 그것은 정책 일관성이 부족으로 이어진다. 결국, 중장기적 국가 전략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중국처럼 국가 주도의 장기 정책을 추진하는 체제는 목표 달성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지만, 국익을 위해 통제된 창의성과 개방성은 미래사회로 가는 대부분의 중요한 길목에서 한계점으로 등장한다.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끌어나갈 것인가, 혹은 국가 주도의 장기 계획을 통해 시장을 지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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