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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AI & Reshoring

by Dr Sam

중국 개혁개방과 미국 기업들의 오프쇼어링

1978년, 덩샤오핑의 주도로 개혁개방 정책이 공식적으로 선언되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정책 변화가 아니라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을 의미하는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미국 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활용하며 생산 거점을 대대적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오프쇼어링(Offshoring)’이라는 개념이 글로벌 경제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은 것도 이 시기였다.


개혁개방 이전, 중국은 철저한 중앙계획경제 체제하에서 폐쇄적인 경제 구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1980년대 초, 경제특구(선전, 주하이, 샤먼 등)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변모했다. 미국 기업들 역시 높은 인건비와 생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했다. 애플, 나이키, 월마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의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제조 비용을 활용하여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미국 기업들의 오프쇼어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의 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제조업 부문에서는 ‘탈산업화(Deindustrialization)’라는 단어가 빈번히 등장했다.


미국 내 산업공동화와 반작용

미국 기업들의 대규모 오프쇼어링은 중국 경제에 막대한 성장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미국 내부에서는 불균형을 초래했다. 제조업 일자리의 대거 유출로 인해 미국 내 산업공동화(Industrial Hollowing-Out) 현상이 심화되었고,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적 불만이 고조되었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2008)와 미·중 무역전쟁(2018)이 겹치면서 미국 내에서는 리쇼어링(Reshoring), 즉 해외로 나갔던 생산시설을 다시 미국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중국이 이미 세계 최대의 생산·소비 시장으로 자리 잡은 이상, 미국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급격히 낮추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1차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면서 미국 기업들은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전략, 즉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구사하고 있다. 베트남, 인도, 멕시코와 같은 국가들이 대체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중국이 보유한 거대한 생산 인프라와 기술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트럼프 집권과 리쇼어링: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경제적 도박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였다. 그 슬로건의 본질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오프쇼어링으로 인해 유출된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해 강력한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추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리쇼어링을 촉진하기 위해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내세웠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들의 해외 생산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에서 생산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애플, GM, 하니웰 같은 대기업들은 물론, 중소 제조업체들도 타격을 입었다.

또한, 2017년 감세 정책(Trump Tax Cuts)과 법인세 인하(35% → 21%)를 통해 기업들이 미국 내에 생산시설을 유지하도록 유인했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은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이라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논의를 본격적으로 가속화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도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방산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 내 생산을 강화하는 정책을 이어가면서, 트럼프의 리쇼어링 기조가 일시적인 정치적 쇼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다시 2025년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며 다시금 법인세 감면과 관세로 상대국들을 압박하며 리쇼어링을 가속화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의 리쇼어링은 성공할 수 있을까?


높은 생산비용과 숙련 노동력 부족

미국이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 해외 생산 거점보다 리쇼어링을 하기에 가장 큰 장벽은 높은 인건비와 운영비로 야기되는 높은 생산비용이다. 미국의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다. 예를 들어, 미국 제조업 노동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25달러 이상인 반면, 중국은 약 3-6달러 수준이다 (2023년 기준). 또한 1980년대부터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 IT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 변화했고, 그 결과, 숙련된 제조업 인력은 크게 감소했다. 또한 중국이나 독일 같은 제조업 강국들은 강력한 직업교육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미국은 고등교육 중심 사회로 변화하면서 제조업 관련 직업훈련 시스템이 악화되었다. 심지어 노동 문화차이조차도 큰 몫을 한다. 아시아나 유럽의 제조업 중심 국가들과 비교하면, 미국의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근속 연수가 짧고 노동조합 활동이 강하며 노동자의 권리가 굉장히 중시된다. 그래서 기업들은 이로 야기되는 노사분쟁을 우려해 미국 공장 설립을 주저하기도 한다.


AI와 Reshoring

2개월 전에 출판한 중국 베이징 사범대학 경제학 교수와 함께 다음의 연구 논문을 출판했다. "How artificial intelligence affects international industrial transfer — Evidence from industrial robot application, Journal of Asian Economics." 논문은 2002년부터 2018년까지 국가-산업 수준의 산업 로봇 데이터와 부가가치 무역 데이터를 활용하여, 인공지능이 특정 국가(지역)가 수행하는 국제 산업 이전에 미치는 영향과 그 작동 메커니즘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인공지능의 활용은 특정 국가(지역)가 수행하는 국제 산업 이전을 유의미하게 촉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경제 발전 수준의 관점에서 볼 때, 인공지능의 산업 이전 촉진 효과는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부분이다.


이번에 트럼프가 관세를 무기로 강력한 제조업 리쇼어링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현재 AI 최강국인 미국은 AI 기반 로봇 자동화와 Smart Factory 등으로 제조업이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아시아로 이전하던 과거와 달리, 미국에서도 제조업 가격 경쟁력 유지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기가팩토리(Gigafactory)를 통해 배터리와 전기차 부품 생산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하고 있다. 과거 노동 집약적이었던 제조 과정이 AI 기반 로봇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을 국내로 유치하려는 배경에도 역시 AI를 활용한 고도의 자동화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AI 기반의 생산 공정이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만든다면, 굳이 해외에서 생산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게다가 기존에는 숙련된 노동자가 담당하던 생산 일정 조정, 품질 관리, 유지보수 등이 AI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화될 수 있다. 이는 공장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AI는 리쇼어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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