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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거품과 현실 사이

by Dr Sam

마삼이(마이너스 3%)가 떴다: 거품과 현실 사이

미국 증시에 마삼이(마이너스 3%)가 등장했다.
한국 투자자들의 '국민주'라 불리는 테슬라는 고점 대비 46% 하락했고, AI 기반 기업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팔란티어(Palantir)는 하루 만에 10% 가까이 떨어지며 고점 대비 32% 이상 빠졌다. "사춘기 소녀 같은" 주식시장이야 늘 변덕스럽지만, 이번엔 하락폭이 유난히 크다.


관세만이 문제일까?

시장 출렁임의 표면적 이유는 '관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엔 그 강도가 유독 거칠다.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이라는 그늘 속에서 터진 이슈라 더욱 그렇다.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높은 물가에 신음하고 있고, 일본은 엔저에 흔들리며, 한국은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여기에 지정학적 불안까지 겹치니 투자자들은 점점 더 안전한 자산으로 피난을 간다.

이를 방증하듯 금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24년 3월, 금값은 온스당 2,200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기술주와 소비재 주식은 무너지고 있다. 기술적 분석으로만 보아도 증시는 확실한 하락장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거품이다

그렇다면 AI 거품은 어디까지인가?
대표적인 AI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2024년 초 주가수익비율(P/E)은 80배를 넘어섰고, 여전히 40배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팔란티어는 420배 이상으로, 닷컴 버블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경험한 투자자라면 이 숫자는 가히 기괴할 정도다. 한편,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오픈 AI는 수십억 달러가 투입되었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쯤에서 인터넷 혁명의 초창기를 떠올려 보자.
초등학교 시절 지겹도록 배우던 도스(DOS)와 GW베이식을 던져버리고, 마우스 하나로 세상을 컨트롤하는 윈도 시대가 왔다. 천리안으로 부산에 사는 낯선 소녀와 채팅을 하며 신세계를 경험했다. 물론, 어머니가 전화를 써야 한다고 하면 모뎀을 끄고 이별해야 했지만 말이다.

AI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제를 변화시킬 핵심 기술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이 어떻게 터졌는지를 알고 있다.

한때 전 세계 고급 노트북 시장을 휩쓸던 소니 바이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IBM을 제치고 컴퓨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컴팩(Compaq)조차 HP에 합병되었다. 1999년 정점을 찍은 닷컴 붐은 2002년까지 무려 78% 하락하며 기술주 투자자들에게 혹독한 교훈을 남겼다.


버블은 늘 같은 방식으로 터진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역대급으로 풀린 유동성은 어디로든 흘러가야 했다. 소비 시장으로 가면 '인플레이션'이 되고, 주식과 코인 시장으로 가면 '자산 가격 상승'이 되며, 그것이 강력하게 지속되면 '버블'이 된다.

그리고 버블은 늘 같은 방식으로 터진다.
기술의 진보는 현실이지만, 시장은 항상 과열된 기대를 키운다. AI 혁명이 인터넷보다 더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AI 기업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언제까지 미국이 만든 버블을 온 인류가 동지애를 발휘해 함께 떠받쳐야 할까?
달러 패권 아래에서 만들어진 거품과 미국 우선주의가 언젠가는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은 점점 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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