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by Dr Sam

바다를 오래 바라본 사람은 안다. 바다는 결코 늘 잔잔하지도, 늘 거세지도 않다는 것을. 한순간 햇살에 반짝이며 고요한 호수처럼 보이다가도, 바람이 불면 금세 거친 파도가 치며 사람들을 두렵게 만든다. 그러나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바다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의 미국 주식시장 역시 그 바다와 같았다.


최근 몇 달 동안 미국 증시는 끝없이 치솟는 듯 보였다.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돛에 단 기업들은 항해를 가속하며 연고점을 갱신했고, 투자자들은 그 배에 올라탄 승객처럼 환희에 차 있었다. 특히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기업은 마치 항로를 밝히는 등대처럼 눈부신 존재감을 뽐냈다. 모두가 앞만 바라보며 달려가던 순간, 오늘의 시장은 우리에게 차가운 소금물을 한 바가지 끼얹었다.


마벨(Marvell)이라는 반도체 기업이 실적 전망을 낮추자, 주가는 하루 만에 18% 가까이 무너졌다. 엔비디아도 3% 넘게 빠졌다. 여기에 중국의 거대 IT 기업 알리바바가 자체 AI 칩을 개발한다는 소식은 새로운 경쟁자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눈부시게 빛나던 엔비디아의 항로에 먹구름이 드리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흔들림은 단지 기업 이야기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시장은 곧 발표될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가가 아직 높게 잡히면 연준은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시선은 숫자 하나에 쏠려 있다.


게다가 무역정책의 그림자도 짙다. 미국이 최근 강화하고 있는 관세 정책은 수입물가에 압박을 줄 수 있고, 이는 다시 소비자 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 반대로 국제 에너지 시장은 최근 들어 다소 숨을 고르고 있다. 유가가 완만히 내려오면 물가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식시장의 하루 움직임은 늘 탐욕과 두려움이 엇갈리며 만들어내는 파도다. 오늘은 두려움이 앞섰지만, 내일은 또 다른 바람이 불 것이다. 중요한 것은 파도의 높낮이가 아니라, 바다가 흘러가는 더 큰 방향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관세라는 새로운 파도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까, 아니면 에너지 가격의 완만한 하락세가 그 파도를 상쇄할까. 곧 발표될 물가지표는 그 답의 힌트를 줄 것이다. 그러나 진짜 인플레이션의 얼굴은, 여전히 안갯속 바다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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