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한국 의료비와 미국 보험 약값의 역설

by Dr Sam

서울의 약국에서 어머니는 당뇨약 세 달 치를 받아드시며 3만 8천 원을 내신다. 계산서를 받아 들고도 “그래도 한국은 약값이 싸다”라고 말씀하신다. 한편, 바다 건너 미국에서 아내가 같은 약을 한 달 치 구입하며 지불한 돈은 고작 1.2달러. 장바구니에 들어간 사탕 한 봉지 값보다도 싸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묘한 질문을 던진다. “의료비가 싸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왜 미국보다 더 비싸게 느껴질까?”

그 해답은 제도의 속살 속에 숨어 있다.

한국의 약값은 정부가 제약사와 협상을 거쳐 정한 ‘단일 가격’ 위에 놓인다. 약 자체는 싸지만, 환자는 그 값의 일정 부분을 본인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누구나 똑같은 가격, 어디서나 동일한 기준. 공정함은 보장되지만, 그만큼 환자가 체감하는 금액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는다.


반대로 미국은 아이러니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값을 자랑하지만, 보험이라는 장막 뒤에서 환자가 내는 돈은 극적으로 달라진다. 보험사가 제약사와 흥정한 리베이트와 할인은, 어떤 이에게는 약값을 ‘거의 공짜’로 보이게 만들고, 보험이 없는 이에게는 가혹한 장벽이 된다. 아내가 단돈 1.2달러에 약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극단적인 보험 체계의 그림자 덕분이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있다. 바로 오리지널 약과 제네릭 약의 차이. 성분은 같지만, 가격은 다르다. 한국에서는 둘의 간격이 좁혀져 있지만, 미국은 제네릭을 앞세워 극적으로 환자의 부담을 줄인다. 같은 알약이지만, 어느 제도가 그것을 나눠주느냐에 따라 사람의 지갑은 전혀 다른 무게를 느낀다.


결국 이 역설은 하나의 진실을 비춘다.
한국은 보편성과 평등을 지향한다. 누구나 같은 제도 안에서 비슷한 대가를 치른다. 반대로 미국은 불평등을 감수하는 대신, 보험이 있는 이에게는 믿기 어려운 혜택을 쥐여준다.


그렇다면 어디가 더 나은가?
값비싼 숫자만을 단순히 비교하는 순간, 우리는 본질을 놓친다. 약값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어떤 안전망을 선택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약봉지와 아내의 처방전을 나란히 놓고 있노라면, 값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제도의 얼굴이 보인다. 공평하지만 어쩐지 무겁게 느껴지는 한국의 제도, 불평등하지만 때로는 믿기지 않게 가벼운 미국의 제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과연, 어떤 사회가 더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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