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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실리콘벨리인가

차갑디 차갑다

by 고사리

이번 주 월요일 메타에서는 3,600명이 레이오프 됐다. 그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워크데이 등등 요즘 'low performer'를 정리한다는 이유로 다들 해고하고 있는데, 과연 그들이 그럴까? 링크드인이나 블라인드 들어가 보면 매니저 없는 팀원들을 날리거나, 분명 일 잘하는 사람들이었는데.. 하는 글들이 많다. 여기는 또 미국이니 각종 비자 문제 역시 뺄 수 없다. 영주권이 없으면 60일 안에 새로운 직업을 구하지 않으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내가 요즘 느끼는 이 동네의 분위기는 살벌하다. 미국에 처음 와서 입사했던 나의 애정 가득한 첫 직장이 아직도 너무 그립다. 동료를 넘어 친구들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매니저, 옆팀 매니저 등등 다 사이가 좋았다. 심지어 나는 이직할 때, 나 FAANG으로 이직해, 비자 스폰 필요해서. 하면서 이야기도 하며, 면접이 어땠는지도 공유했다. 매니저도 비자 다 해결되면 돌아오라고 했을 정도니까. 분명 거기서도 개발팀, 혹은 PM과의 불화가 있긴 했다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은 하루가 너 때문에 밀렸니 마느니 이러고, 정말 서로 책임을 회피할 구실을 만들고 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증거를 남겨야 하고. 분위기가 그렇게 되었다. 네가 아니면 내가 잘릴 테니 싶은 마음과 쟤가 없으면 다음은 나겠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 지인은 회사에 이직한다고 했다가 그다음 날 퇴사 처리됐다는 소리도 듣고 퇴사할 때 번아웃 와서 그만두는 거야 하며 퇴사를 했다. 나의 워라밸, 기회가 가득했던 실리콘 밸리는 점점 사라지고, 잦은 해고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나도 곧 다음 대상자가 나인걸 진작에 눈치를 챘으니, 작년 말부터 계속 이직을 준비하는데 내가 어떻게 Faang 들어갔지 싶을 정도로 안 풀린다. 나는 내가 이직을 마음먹으면 쉽게 할 줄 알았다. 참 멍청하고 오만한 생각이었다. 지금은 거의 서류 200개를 내고 있는데, 이렇게 어려운 게 맞나 매일매일이 놀란다. 서류통과도 힘들고, 면접도 떨어지고 참 지금 쉽지 않구나를 매일 느낀다. 직업이 불안정한 게 진짜 힘든데, 미국에 살면 그게 비자랑 엮여서 더 심한 불안함을 몰고 오는 것 같다. 그래서 챗지피티한테 사주나 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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