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덜컥 창업은 없다. 데이터와 경험이 롱런의 비결이다.
"큰 투자 없이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라. 그것이 성공적인 창업의 첫걸음이다."
안정적인 월급을 포기하고 전혀 경험 없는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너무나 큰 위험이었다. 퇴사와 창업 사이에서 고민할 때, 매번 업무상 마주했던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실행 가능 제품)' 가 생각났다.
개똥도 약에 쓴다더니,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제품으로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라"는 MVP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가 되었다.
직장을 유지하면서 창업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주말 꽃 박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컨셉은 단순했다:
상품 구성:
이름: '위켄드 블룸 박스 (Weekend Bloom Box)'
기본 구성: 신선한 꽃 5~7종으로 구성된 큐레이션 박스
가격대: 25,000원 / 35,000원 / 45,000원 (3단계)
추가 옵션: 미니 화병 +15,000원
운영 방식:
주문: 인스타그램 DM으로만 예약 접수 (화요일 오픈, 목요일 마감)
픽업: 금요일 저녁 6시~8시, 내 자취방 근처 카페에서 픽업
생산: 매주 10개 한정 생산
초기 투자:
인스타그램 계정 개설 (투자금 0원)
기본 포장재 구입 (투자금 약 10만 원)
첫 주 꽃 구매 자금 (투자금 약 20만 원)
**당시에는 20만원이면 꽃 한아름 끌어안고 왔는데, 요즘 도매가격도 올라서 20만원이면 너무 부족하다.
일단 시작은 했는데, 당연히 0명이 갑자기 100명이 되지 않고, -50만원이 500만원이 되지 않는다.
첫 4주는 실패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실패하라고 있는게 MVP니까, 빠른 개선만이 살 길이었다.
1주차: 고전적인 첫 실패 판매 수량: 3개 (친구 2명, 지인 1명) 문제점:
인스타그램 팔로워 부족 (시작 시 친구 30명 정도)
너무 심플한 디자인과 포장
픽업 장소의 불편함 (당근 수준의 중간에서 만나기 혹은 있는 곳까지 직접 배달 픽업서비스) - 참 없어보인다.
2주차: 개선 시도 판매 수량: 5개 (친구 2명, 지인 1명, 새 고객 2명) 개선 사항:
인스타그램에 꽃 관련 해시태그 집중 사용
포장 디자인 업그레이드 (크라프트지 → 고급 종이)
픽업 장소를 인근 카페로 변경 (카페 사장님과 협의)
3주차: 변곡점 판매 수량: 8개 (친구 1명, 지인 2명, 새 고객 5명) 성공 요인:
2주차 고객들의 인스타그램 후기 효과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 소개 글 게시
첫 구매자들의 재구매 시작
4주차: 첫 완판! 판매 수량: 10개 (모두 완판, 대기 리스트 3명 발생) 성공 요인:
입소문 효과 (기존 고객 추천)
꽃 퀄리티 인정받기 시작
'한정판' 심리 작용 (빨리 예약해야 한다는 인식)
'주말 꽃 박스' 프로젝트를 통해 수집한 실제 데이터와 인사이트들은 내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특히 의외의 고객층은 '남성'이었다. 전체 구매자의 약 40%가 남성이었다. 이들은 주로 여자친구나 아내를 위한 선물용으로 구매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남성 고객들의 유입 경로가 인스타그램이 아닌 네이버 검색이었다. 당시 인스타그램 뿐만 아니라 같은 내용을 블로그에도 올렸는데, 블로그는 당시 내가 익숙해서 꽃과 지역이름, 이벤트의 내용 등 정말 간략하게 셀링포인트를 올렸었다.
오히려 메인을 인스타그램으로 잡고, 여성층이라고 생각하며 운영했더니 나도 심리적인 부담감이 없지 않았던것 같다. 사진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너무 많은 내용이 담기기도 했으며, 다른 꽃집은 어떻게 했나 기웃거리면서 보다보니 비슷한 셀링포인트가 본문에 실렸다. 그러나 블로그는 맘편히 올리다보니 오히려 더 가감없이 편집했고 웃기고 센스있는(지금 생각해보면) 이름들이 많았다.
"내일 여자친구 생일이면 다행이지, 오늘이라고? 서울 ** 구면 세시간 안에 배송해드립니다"
이런 웃긴 이벤트는 오히려 남성 고객들이 3월에 미친듯이 다급한 목소리로 "진짜 지금 바로 가능한가요?" 라고 물으며 주문량 상승을 견인했다. 또한 이들은 선택이 어려워 큐레이션된 '꽃 박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런 고객들은 빠른 결정과 편리함을 중요시했고, 가격에도 덜 민감했다.
이 발견으로 실제 꽃집 창업 시 네이버 플레이스 최적화에 집중하고, 남성 고객을 위한 '쉬운 선택' 옵션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특히 선물용 꽃의 경우 "받는 사람을 위해 한 번 더 생각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포장과 카드 메시지 옵션을 강화했다.
2. 가격대별 인기도
25,000원 (소): 전체 판매의 30% (주로 첫 구매자)
35,000원 (중): 전체 판매의 50% (가장 인기)
45,000원 (대): 전체 판매의 20% (재구매율 가장 높음)
이 데이터를 통해 '중간 가격대' 상품이 주력이 되어야 함을 알게 되었고, 실제 꽃집 오픈 후 35,000원대 상품 라인업을 가장 다양하게 구성했다. 특히 남성 구매자들은 "가장 무난한" 중간 가격대를 선호했다.
3. 고객 인구통계 분석
연령대: 30~45세가 전체의 75% (남녀 모두)
직업군: 전문직/사무직이 주류
거주지: 반경 3km 내 고객이 80%
이 데이터는 미래 매장 위치 선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실제로 창업 시 30~40대 직장인이 많은 오피스 인근 상권을 선택했고, 이는 매우 현명한 결정이었다. 특히 퇴근길에 들러 구매하는 패턴이 많았기 때문에 평일 저녁 시간대 운영을 강화했다.
<< 웨딩 시장 틈새 공략: 촬영용 부케에서 본식까지 >>
2개월 차에 우연히 알게 된 '숨고' 플랫폼에 플로리스트로 등록했는데, 이것이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주로 결혼식이나 행사를 위한 출장 플로리스트 요청이 들어왔고, 이를 통해 웨딩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숨고를 간단한 부업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경험이 내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웨딩 부케는 단순히 꽃만 묶는 게 아니었다. 한 번 작업에 15만원~30만원을 받긴 했지만, 그 안에는 고품질 부자재 비용, 퀵서비스 배송료, 신부님의 예민함(당연하다. 일생에 한 번인 결혼식이니까!)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이 포함된 가격이었다. 무엇보다 본식용 부케는 웨딩샵이나 대형 플라워샵에서 주로 맡는 영역이라 경쟁이 치열했다.
그런데 의외의 기회가 찾아왔다. 본식 부케 문의가 아닌, '웨딩 스튜디오 촬영용 부케'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이게 완전히 게임 체인저였다. 정식 웨딩홀보다는 스튜디오 촬영이나 소규모 웨딩을 위한 꽃 장식 요청이 많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꽃집 창업 후에는 "작은 웨딩, 큰 감동"이라는 컨셉으로 소규모 웨딩 전문 플로리스트 서비스를 특화했다. 출장 서비스는 또 다른 장점이 있었다. 내 작업 공간에서 준비하고 현장에 직접 가져다주는 방식이라 별도의 매장 없이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는 초기 창업 시 임대료 부담을 줄이는 전략으로 발전했다.
스튜디오 촬영용 부케의 매력
본식 부케보다 20-30% 저렴한 가격 (10만원-20만원)
실제 현장 출장 서비스 필요 (이건 오히려 기회였다)
유연성이 중요 (다양한 스타일 연출 가능해야 함)
가장 놀라웠던 점은 스튜디오 촬영용 부케 시장의 특성이었다. 본식용 부케는 웨딩홀에서 짧게 사용되지만, 촬영용은 여러 컨셉을 위해 다양한 스타일링이 필요했다. 신부들은 오히려 정형화된 부케보다 '다양하게 변형 가능한' 부케를 원했다.
첫 스튜디오 출장 날, 내가 만든 부케 외에도 신랑 부토니아, 신부 헤어장식, 스튜디오 내 소품 등을 즉석에서 요청받았다. 당황했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드렸고, 신부님과 스튜디오 스태프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사진이 더 잘 나오게" 꽃을 재배치하고 색감을 조정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때 깨달았다. '본식용 부케'에서는 경력과 브랜드 네임밸류에서 밀리지만, '스튜디오 촬영용 + 현장 맞춤형 스타일링'은 오히려 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영역이었다. 신부들은 촬영 당일 어떤 느낌을 원할지 자신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최대한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유연한 플로리스트를 선호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촬영용 부케의 감동 후기가 거의 자동으로 본식 부케 주문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본식 부케를 맡기면 경력이나 숍 인지도에서 불리했겠지만, 이미 촬영에서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본식도 맡겨주세요"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스튜디오 출장의 예상치 못한 보너스 출장 서비스는 단순히 꽃을 배달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실제 웨딩 현장을 경험함으로써 얻은 무형의 자산이 엄청났다:
인맥 구축: 스튜디오 사진작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웨딩플래너들과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았다. 이들이 나중에 내 꽃집의 중요한 소개 창구가 되었다.
현장 노하우: 실제 웨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과정의 흐름, 다양한 직군 사이의 협업 방식 등을 직접 경험했다. 이런 지식은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값진 것이었다.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장식들이 오히려 큰 호응을 얻으면서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떠올랐다. 예를 들어 '사진 소품용 미니 부케 세트'는 스튜디오에서 우연히 만들었다가 정식 상품으로 발전한 케이스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튜디오 촬영장을 꽃으로 꾸미는 '촬영 배경 스타일링' 요청이었다. 처음에는 부케만 의뢰받았지만, 사진작가가 "이 코너에 꽃이 좀 있으면 좋겠다"고 즉석에서 요청했고, 내가 만든 즉흥 장식이 사진에 너무 잘 나온 것이다. 이후 '스튜디오 배경 꽃 장식'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소규모 웨딩으로의 확장 코로나19 이후 대형 웨딩이 줄어들고 소규모 가족 웨딩이 늘어나면서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20~30명 규모의 작은 웨딩을 위한 맞춤형 패키지를 개발했다:
'미니멀 웨딩 패키지': 부케 + 부토니아 + 테이블 센터피스 3개 (30만원)
'가족 웨딩 세트': 부케 + 가족 코사지 세트 + 포토존 장식 (45만원)
'올인원 패키지': 모든 꽃 장식 + 현장 스탠바이 서비스 (80만원)
가장 중요한 점은 웨딩 플라워 작업이 단순한 수익원을 넘어 '포트폴리오 구축'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었다. 웨딩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은 내 SNS와 포트폴리오의 핵심 콘텐츠가 되었고, 이것이 다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
"돈을 받으면서 이 모든 경험을 할 수 있고, 고객의 후기는 자동으로 쌓이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이것이 내가 웨딩 플라워에 집중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창업 초기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시장을 배우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석이조의 전략이 되었다.
3개월간의 '주말 꽃 박스' 운영을 통해 얻은 경험과 데이터는 내 창업 계획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처음에는 전형적인 오프라인 꽃집만 생각했지만, MVP 경험을 통해 훨씬 더 다양한 판매 채널과 수익 모델을 구상하게 되었다.
1.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 구축 기존의 전통적인 꽃집 모델이 아닌, 다채널 접근 방식을 택했다:
실제 매장: 작지만 전략적 위치에 쇼룸 개념의 공간 (평수 최소화)
온라인 판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인스타그램 주문
출장 서비스: 숨고, 크몽 등 플랫폼 활용한 웨딩/이벤트 서비스
정기 구독: '주말 꽃 박스'에서 발전한 월간 구독 서비스
이런 다각화 전략 덕분에 단일 채널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줄이고, 다양한 고객층에 접근할 수 있었다. 특히 매장 평수를 줄이고 출장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초기 고정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주말 꽃 박스' 프로젝트는 단순한 부업이 아닌, 창업을 위한 생생한 학습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들은 다음과 같다:
1. 가설보다 데이터를 믿어라
처음에는 "꽃은 여성들이 주로 구매한다"는 가설로 시작했지만, 실제 데이터는 남성 고객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내 생각과 실제 시장은 항상 다를 수 있음을 배웠다. 모든 사업 계획에 직접 검증된 데이터를 반영하는 습관이 내 창업의 성공 요인이 되었다.
2. 다양한 판매 채널이 생존의 열쇠다
단일 채널(인스타그램)으로 시작했지만, 네이버와 숨고 등 다양한 채널의 중요성을 발견했다. 실제 창업 후에는 한 채널의 매출이 떨어져도 다른 채널에서 보완할 수 있었고, 이는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3. 재구매가 핵심이다
일회성 구매보다 재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임을 배웠다. 특히 꽃 구독 서비스는 안정적인 매출의 기반이 되었다. 첫 번째 구매는 마케팅 비용으로, 두 번째부터가 진짜 수익이라는 마인드셋을 갖게 되었다
.
4. 가장 쉬운 것부터 시작하라
완벽한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실행에 옮겨야 한다. 25만 원의 초기 투자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3개월 후 월 1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 모델로 성장했다. 행동이 가장 중요한 학습이었다.
5. 특화 전략이 중요하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특화된 영역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남성 선물용 시장, 스튜디오 촬영용 웨딩 부케, 희귀 꽃 종류 등 남들이 집중하지 않는 틈새를 공략함으로써 경쟁 속에서도 안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 그리고 웨딩이 늘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늘 살펴야 하는 직업인지라 레드오션 사이에도 늘 기회는 있다. 진심으로 즐기려면 역설적이지만 돈이 아닌 꽃을 받는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