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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LAN Dec 27. 2021

우아한 팝콘

초보 플로리스트가 만드는 감성 꽃말


길고 실한 줄기의 절반에 가까운 지점에서 시작해

사방으로 달려 있는 많은 꽃잎들과

꽃잎들 절반의 연초록 꽃망울.


기다란 한 대 속에 화이트와 그린이,

풍성한 한 대 속에 옐로와 그린이 함께 있다.


일자로 곧게 뻗은 채

유리 화병 속에 잠긴 초록 줄기는 상큼하고 깔끔해

 화병 속의 물이 맑아 보이게 한다.

 


화이트 한 단, 옐로 한 단

 금어초 줄기 스무 대가

화병에 기대어 좌우로 퍼지고

줄기 끝 꽃망울은 살짝 아래로 처지면서

손대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형태를 연출해준다.



청보라 아네모네에  다섯 대  잘라 함께 넣어 주니

작은 아네모네 꽃송이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서브 역할을 충분히 해 꽃다발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도.




배송받은 지 5일째 된 날.


물 올림을 위해 줄기 아래를 잘라주고

꽃다발 포장 연습을 위해 스파이럴을 잡는 중

책상 한쪽에 떨어낸 꽃송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로 채운 작은 화병에 담다 보니

화병을 넘겨 밖으로 밀려난 꽃송이들이

프라이팬안에서 터져 밖으로 튀어나온

 팝콘처럼 하얗고 이쁘다.



세련되지 않은 꽃 이름에 살짝 옛날 느낌 나지만

꽃값도 비싸지 않고

쉽게 시들지 않아 오래도록 볼 수 있으며

다른 꽃들과의 콜라보 없이도 충분히 돋보이는.

 

그리고

떨어낸 꽃송이마저도 팝콘처럼 이쁜.


오늘  내 눈에 들어온 금어초는

우아한 팝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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