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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덕 Dec 17. 2022

영화_삶, 그 이전에 죽음이 있다면?

컨택트 < Arrival, 미국, 2016 >

누군가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아이가 죽어가는 것에 슬피 우는 어머니.

그런데 그 아이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죠.


시간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이 보다 시간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영화는 없었습니다.

한 방향으로(정확히는 미래로만) 흘러가는 시간의 방향이 한 지점에 공존하게 되는 상황.

현재와 미래가 동시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설정입니다.

미래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마치 현재처럼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 상황은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우리가 얽매여 살아가는 미래라는 시간에 대해서요.  


다정한 엄마와 딸




영화는 목적을 알 수 없는 외계인들이 지구에 도착하면서 시작됩니다.

드니 뵐뇌브 감독다운 우주선 디자인

언어학자인 주인공 루이즈(에이미 애덤스)과 과학자 이안(제이미 러너), 이들은 외계인이 지구에 온 이유를 밝혀야 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외계인들과 대면 과정에서 인간이 느끼는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모호함, 신비함 이런 것들을 드니 빌뇌브 감독은 특유의 연출(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낯선 형태의 우주선, 내부의 빛과 어둠의 콘트라스트 등이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를 마치 미지의 세계로 흘러들어 간 듯 느껴지게 합니다. 그의 빛 연출은 SF와 참 잘 맞는 것 같아요.

좌측 알 수 없는 빛과 대조적으로 인간의 색은 구체적이고 눈에 띄는 오렌지색
"Language is the foundation of civilization. It is the glue that holds a people together. It is the first weapon drawn in a conflict."
언어는 문명의 초석이자 사람을 묶어주는 끈이며 또한 분쟁 시 첫 번째 무기이다.
-극 중 언어학자 루이즈 저서의 서문-

언어학자 루이즈는 휴먼이라는 전체 종족을 대표하는 단어와 루이즈와 이안이라는 개별 존재 명칭을 우주인에 전달하는 데 성공합니다. 우주인들 역시 자신들의 이름을 표현하고 우주인의 언어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점차 발전해갑니다.


그런데 루이즈는 그 과정에서 다른 시간(차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환영을 점차 뚜렷하게 보게 됩니다. 한 아이가 죽어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슬퍼하는 자신을 보는 것이죠.  




한 아이의 죽음을 마주해 아픔을 온전히 느끼는 과정을 마치 진짜처럼 체험하게 되는 루이즈.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콘셉트. 바로 외계인들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그들의 사고방식이 진행되면서(우리가 영어를 배워 영어식 사고를 하듯) 미래를 예지 하는 우주인의 사고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부러우면서도 두려운 능력이죠. 루이즈는 이러한 그들 언어의 비밀을 밝혀내고, 그녀가 환영에서 보는 그 아이가 바로 자신과 이안 사이의 딸이라는 것과 이 모든 것이 미래에 일어날 일들이란 것을 알게 되죠.


영화의 결말과 내용은 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것이고 앞으로 보실 분들은 영화에서 보시면 좋으실 것 같아요.




이 영화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많은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인간 삶에 대한 철학적인 의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현재에 온전히 그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하곤 하죠. 그런데 영화는 마치 미래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안다손 치더라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되묻는 거 같습니다.

루이즈 역의 에이미 애덤스와 감독 드니 빌뇌브




내게 사랑스러운 딸의 존재가 있는데 그 존재를 부정하고 다른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것이 정해진 운명일지라도 사랑하여 낳고 사랑하여 길러 슬픔을 마주할 것입니다. 나의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다 안다고 할 지라도 그 운명을 거역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이란 그러한 것이죠!  


이 영화의 슬픔은 삶이 흘러갈수록 깨닫게 되는 상실의 아픔입니다.

원래부터 우리는 사라져 갈 걸 알면서 사랑하고 혼신을 다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니까요.


사실 나이가 들수록 이제 예측하는 미래의 총량도 줄어들어 미래라는 시간은 예전처럼 큰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더욱 많아 지는 시기가 오면 생각하게 됩니다. 왜 그토록 미래를 불안해하며 살았을까. 다 이렇게 될 일들이었는데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조금은 가벼워지더군요.  영화는 SF적인 (외계인이 지구에 온 이유)라는 대주제를 다루지만 인간과 외계의 언어라는 특정도구를 통하여 인간의 한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천천히 들려줍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해체된다면

레드제플린의 가사처럼 우리의 영혼은 시공을 초월한 어딘가를 여행하는 여행자일지도 모르죠.


Oh, let the sun beat down upon my face
And stars fill my dream
I'm a traveler of both time and space
To be where I have been
To sit with elders of the gentle race
This world has seldom seen
They talk of days for which they sit and wait
All will be revealed

Talk in song from tongues of lilting grace
Sounds caress my ear
And not a word I heard could I relate
The story was quite clear

Oh, baby, I been blind
Oh, yeah, mama, there ain't no denyin'
Oh, ooh yes, I been blind
Mama, mama, ain't no denyin', no denyin'

All I see turns to brown
As the sun burns the ground
And my eyes fill with sand
As I scan this wasted land
Try to find, try to find the way I feel

Oh, pilot of the storm who leaves no trace
Like sorts inside a dream
Leave the path that led me to that place
Yellow desert stream
My shangri la beneath the summer moon
I will return again
As the dust that floats high in June
We're moving through Kashmir

Oh, father of the four winds fill my sails
Cross the sea of years
With no provision but an open face
Along the straits of fear
Oh, when I want, when I'm on my way, yeah
And my feet wear my fickle way to stay

Ooh, yeah yeah, oh, yeah yeah,
But I'm down oh, yeah yeah, oh, yeah
Yeah, but I'm down, so down
Ooh, my baby, oh, my baby
Let me take you there
Come on, oh let me take you there
Let me take you there


#영화 #드니빌뇌브 #arrival #미래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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