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에 대처하는기술

버티는 기술

by 안나

어느 날 한 기자가 나를 겨냥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건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어느새 다섯 건의 기사가 연속으로 올라왔다.


기사의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았다.

특히 징계 수위에 대한 표현은 명백히 사실과 달랐다.

성비위 사건과 관련된 사안이었기에 더 조심해야 할 부분도 많았다.

피해자가 특정될 가능성도 있었고, 법적으로 비밀유지가 요구되는 영역도 있었다.


나는 그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었다.

다만 성고충상담원으로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관련 법령과 절차를 설명하는 역할을 맡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기자에게 말했다.


“이 보도는 2차 피해가 우려됩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정정하거나 삭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기사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바뀌어 있었다.

마치 내가 언론을 통제하려 한 것처럼 쓰여 있었다.


처음에는 억울했다.

화를 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공직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알게 된다.

감정으로 대응하는 순간

일은 더 커진다.


그래서 나는 다른 선택을 했다.

말이 아니라 기록과 절차로 대응하기로 했다.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관련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홍보관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고,

노조에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성명서 준비를 검토하는 등

내 편에 서주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공직 생활에서 버틴다는 것은

혼자 싸우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조용히 내 편에 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 즈음 한 기자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시는 오보에 너무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편입니다.

다른 지자체는 오보에 훨씬 강력하게 대응합니다.

그래야 기자도 더 신중해지고 기사 수준도 올라갑니다.”


나는 그 말을 곱씹었다.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절차도 검토했다.

하지만 처리 기간이 길었다.

그 사이 또 다른 보복성 기사가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결국 정정보도 청구 소송과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기로 했다.

우선 내용증명을 보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법률 검토 결과

같은 내용의 오보가 다시 게재될 경우

기사 한 건마다 금전적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는 판단도 받았다.


그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형 로펌을 통해 보도금지 가처분과 정정보도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달되자

기자는 연속으로 보도했던 다섯 건의 기사에 대해

“내리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나는 그때 다시 한 번 느꼈다.


언론은 강하다.

하지만 근거 없는 보도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 사건을 겪으며

나는 버틴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버틴다는 것은

목소리를 크게 내는 일이 아니다.


억울함을 쏟아내는 일도 아니다.


버틴다는 것은

사실 위에 조용히 서 있는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 사실이 스스로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판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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