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했다.
정확이 이야기하면 불안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이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만 난무한다.
실제로 내가 살아봐도 그렇다.
참 살기 어려운 세상
하긴 살기 어려운 것은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었으리라
이 불안감에 한 가지 더 추가된 것은 권태로움이다.
이 권태로움이라는 것은 불안과 정반대의 느낌이지만
참으로 괴롭기 짝이 없다.
너무 많은 자극 탓일까?
어느 순간 세상이 재미없고 의미 없고 허무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면
당신에게도 권태로움이 찾아온 것이다.
권태로움은 굉장히 괴로운 상태이기에 사람들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
중독의 상태가 되기를 원한다.
어떤 이는 게임 누구는 술 다른 이는 도박 쇼핑 일 섹스 등등등
적어놓고 보니 중독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은 무엇인가의 매진한다.
그렇다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세상이기에
사람들은 중독된다.
그렇다면 나는 중독상태가 아니냐고?
물론 나도 중독자이다.
게임도 그러했고 술도 그러했다.
누구에게 피해를 줄 정도의 중독은 아니지만
나 역시 중독상태에 살고 있다.
게임과 술 모두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찾는
일종의 마취제이다.
현실은 참 춥고 냉혹하다.
나에게 주어진 현실도 차갑고 힘들었다.
거기에서 도망치면 안 된다고들 말하지만
나는 적당히 현실적이었고 때론 적당히 도망치면 삶을 이어나갔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게 적당히 잘 흘러왔지만 앞으로의 삶이 걱정이다.
지금처럼 잘 흘러갈 수 있을까?
아니면 거슬러 올라가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삶을 그토록 살아도 왜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지 나는 알 수없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인생의 허무며 권태로움이며 불안이며 생각하다가도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배가 고파지는 걸 보면
나는 한 마리 짐승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한다.
밥을 챙겨 먹는 것도 귀찮아 적당히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련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는 가스 불을 켰다.
티디딕 화악 하는 소리와 함께 파란 가스불이 켜진다.
불빛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멍해진다.
TV 를켜고 재미있지도 않은 프로그램을 틀어놓고는 라면을 먹는다.
그냥 적적하게 혼자 먹는 밥이 싫어서일까?
너무 뻔한 내용이라 웃음조차 나오지 않지만 적막보다야
이편이 훨씬 좋다.
라면을 먹으니 또 술 생각이 난다.
중독.
처음에는 아니라고 부정해 보았지만 어느 순간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맨 정신으로는 나를 버틸 수가 없다.
나의 초라함과 현실의 차가움
이겨내야 한다. 나도 안다 근데 잘 되지 않는다.
나는 또 잔에 술을 따른다.
차가운 술이 목구멍을 지나갈고 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술을 한잔 마시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진 것만 같다.
유튜브를 켜서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안내해 주는
도파민이 폭발하는 영상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작은 쾌락 그리고 중독 나에게 너무 익숙한 것들이다.
게임 유튜브를 보고 있으니 게임이 하고 싶어 진다.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다.
괴로움을 잊을 수 있어 좋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자정이다.
또다시 출출해져서 냉장고를 뒤져봐도
음식물 쓰레기뿐이다.
편의점을 갈까 잠시 생각해 보다가
나가기가 너무나도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
배달앱을 켠다.
배달음식 너무 비싼데.....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지만 손가락은 빠르게
메뉴를 탐색하고 주문 버튼을 누른다.
음식이 오는 동안에 누워 유튜브를 본다.
혼자 술 먹는 채널을 보니 또 술생각이 난다.
어느새 주문한 음식이 왔다.
나는 유튜브를 보며 유튜브 속 그녀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마치 함께 마시는 기분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새벽이다.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어질러져 있는 상은 아침에 치우기로 하고 다시 잠을 청해보려는데
불안하다.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불안에 휩싸여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생각 속에 나는 점점 더 초라해진다.
불안함에 잠을 이룰 수 없다.
나는 술잔을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