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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국 Mar 27. 2023

트러커의 오디오북 : 욕망에 대해



조수석에 탄 사람 : 스콧 피츠제럴드
들려준 이야기 : 위대한 개츠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서 이 책을 언급된다.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할 것 같은 한 인물이 '위대한 개츠비'를 3번 이상 읽지 않으면 상종을 안 하겠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데, 허구의 인물이지만 과연 그 깐깐한 인물을 만족시킨 위대한 개츠비는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이왕이면, 멋진 욕망

 위대한 개츠비 속 인물들은 모두 욕망을 향해 달린다. 그중 개츠비는 욕망도 그렇고 인물 자체도 독특한데, 그는 졸부이자 옛사랑이자 외톨이 같은... 텅 비어있는 인물이다. 가득 찬 것 같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텅 비어있는 그런 인물. 

 예를 들어, 모두에게 사랑받는 스타지만 친한 친구 하나 없는 연예인이라던가 정말 힘들 때 위로해 줄 가족이 없는 인싸 같은 느낌. 물론, 넘쳐나는 물질을 가진 개츠비가 그렇게 그려졌다고 해서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이 돈은 헛되다, 삶을 즐기는 게 최고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특정한 욕망을 가지고 맹목적으로 달려가지만 결국 침몰하는 개츠비를 보여주며 아름다운 실패를 느꼈다.끝내 손에 넣지 못했고 모두에게 배신당했으며 그럴싸한 엔딩도 남기지 못하고 돌연 퇴장해 버린 개츠비의 빈자리를 보며, 그동안 그가 힘차게 저었을 노를 상상해 보게 됐다. 

 인생이라는 호수에 넘실대고 있는 물살을 보면 노를 젓고 있는 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어디로 향하는지, 얼마나 힘차게 젓는지, 누구와 있는지. 즉, 욕망을 갖고 젓는 노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개츠비가 만들어낸 물살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실패

 개츠비의 사랑을 받는 데이지의 욕망은 사랑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닌 거 같다. 그럼 마지막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겠지. 그녀의 욕망은 사랑받는 편안한 삶이었. 개인적으로 데이지가 젓는 노질로 인해 생긴 물살은 낭만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것도 아닌, 그저 사랑받는 삶을 욕망했다고 느꼈으니 말이다

 흔히 말하길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들 한다. 과연 우리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모든 욕망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욕망을 채우면 채울수록 새로운 욕망으로 갱신되지 않을까? 주변에 선망받는 연예인들이나 정치인 등 가만히 있어도 승승장구할 것 같은 멋진 사람들이 이상한 행동으로 한순간 모든 걸 무너뜨리는 것을 보면 욕망은 완성될 수 없다는 생각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내 생각에 한해서, 우리들은 결국 모든 욕망을 100% 이루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말이다. 개츠비처럼. 아마 우리가 열심히 노를 저었던 흔적만이 세상에 둥둥 떠있을 테지. 그 역시 개츠비처럼. 그러니 우리 모두가 멋진 방향을 갖고 노을 저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도달할 수 없는 욕망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노를 젓는 이상, 곧 사라져 없어진다 하더라도 멋진 물살을 만들길. 위대한 우리.




 춘천의 국도를 달리며 마지막 문단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다. 

결말 부분의 묘사처럼 내가 달리던 도로도 노을로 물들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쾌청한 하늘이 주는 감동도 있었다. 

아마 내가 결말 자체를 희망적으로 해석하며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내가 달렸던 춘천의 한적한 도로가 아니라, 

서울의 빽빽한 도로였어도 그 나름대로의 감동이 있었을 것 같다. 

그곳 역시 많은 열정과 욕망들이 넘실대니까. 

그러고 보면, 

지금 내 트럭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가정이라는 것과 영화라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내 욕망이 멋진 물살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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