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엄마가 되고 나서 달라진 것들
#1 육아가 이런 건지 알았더라면
78kg
체중계가 고장 난 건 아닐까? 두 번 세 번 올라가도 똑같다. 그럼 진짜 내 몸무게가 78kg라고? 언제 이렇게 살이 찐 거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그저 아이랑 열심히 육아한 죄(?)밖에 없는데 억울하다.
진짜 억울한 걸까? 아니,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동안 열심히 차곡차곡 많이 먹어오면서 살들을 쌓아왔다. 정직하게 78kg을 만든 것이다.
그제야 거울을 보니 지나가면서 뚱뚱해 보인다고 혀를 찼던, 자기 관리 못하고 있는 그저 그런 초라한 아줌마가 서 있다. 나 왜 이렇게 된 거지? 몸무게를 보고 충격받았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진짜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근데 벌써 쭌이가 낮잠에서 깼다. 큰 소리로 운다. 얼른 안아서 일으키며 밥을 챙겨줘야겠다 생각한다. 쭌이 먹을 때 나도 후딱 같이 먹어야겠다! 또 먹는 생각을 한다.
방금까지만 해도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 살을 빼야겠다는 의욕 자체도 잃어버린다.
아이랑 24시간 붙어있으니 옷은 매일 집에서 입던 목 늘어난 티셔츠에 고무줄 바지다. 출근도 퇴근도 안 하고 집에만 있으니 예쁘게 꾸며야겠다는 의지조차 없어지는 것 같다. 육아가 이런 건지 꿈에도 몰랐다.
육아의 실상은 그냥 아이랑 24시간 집에 붙어있는 집순이다.
“축하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다수는 엄마이거나 엄마의 삶이 궁금한 예비 엄마일 것이다. 몇 살의 아이를 몇 명을 두었든 엄마인 것을, 엄마가 될 당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엄마로 산다는 것은 또 다른 제3의 세계로의 진입이다.
엄마가 되기 전과 엄마가 되고 난 이후의 세상은 완전히 바뀐다. 26살의 나이에 결혼해서 29살에 출산을 한 나는 결혼도 출산도 빠른 편이었다. 주위에서 결혼도 처음이었기에 출산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더 서툴고 무지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만 낳으면 저절로 엄마가 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모성애는 아이를 낳자마자 바로 뿅 하고 생기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를 품에 안자마자 여러 가지 미묘한 감정들이 교차하며 혼란스러웠다. 나는 임신 기간 동안 인터넷 서칭도 하고 육아 서적도 많이 읽고 공부하면서 엄마가 될 준비를 착실히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이론과 실제는 많이 달랐다.
아이를 낳았다고 저절로 엄마가 되는 것도 아니고, 모성애가 뿅 하고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고백하면 내가 이상한 엄마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아이랑 둘만 있는 상황이 무서웠다. 어차피 남편이나 나나 신생아를 처음 본건 마찬가지라지만 그나마 옆에 남편이 있으면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어쩌다가 아이랑 둘만 있게 되면 무인도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아직도 처음 아이와 단둘이 있게 된 순간이 생각이 난다. 분명히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이고 그토록 사랑스러워야 할 아이인데 이상하게 하나도 사랑스럽지가 않았다. 그저 퉁퉁 불은 만두 같기만 했다.
그래서 아이를 볼 때마다 자꾸만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의 의미는 아직도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막연히 실감했던 것 같다. 이제는 이 조그만 하나의 생명체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구나!
나는 아이가 울면 바로 텔레파시를 받아서 척척 욕구를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기저귀 갈기나 모유 수유도 당연히 잘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울기만 하면 ‘멘붕’이었다. 아이가 울어도 왜 우는지 몰라서 마냥 동동거렸다. 지금 생각하면 신생아가 우는 이유는 배고픔이거나 기저귀 등 몇 가지 없거니와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모든 걸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엄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때는 아이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었다. 꼬물거리던 작은 생명체가 엄마라는 존재만 믿고 세상에 나왔는데 엄마가 아무것도 몰라서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었다. 옆에서 초보 엄마는 원래 다 배우는 거라고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신생아실 선생님의 말씀에도 나만 아무것도 모르는 못난 엄마인 것 같아 서러웠다.
엄마라는 이름의 꼬리표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알게 모르게 해야 하는 것들도 너무 많게만 느껴졌다. 나의 경우에는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모유 수유가 힘든 편이었다. 마사지도 받고 유축기를 써봐도 너무 아프기만 할 뿐 쥐어 짜내도 눈곱만큼 적게만 나왔다. 그런데 조리원에 있으면 다들 모유 수유를 이야기뿐이었다. 나만 아이에게 못 해주는 것 같고, 아이가 건강하게 크지 못하는 건 아닐지 걱정했었다.
모유 수유 때문에 스트레스받기를 몇 날 며칠, 차라리 모유 수유를 포기하고 그 시간에 잠을 더 자기로 결정했다. 신생아실에 우리 아이는 분유만 먹여 달라고 쿨하게 요청하고 푹 쉬니 오히려 컨디션이 좋아졌다. 내 기분이 좋아지니 아이가 더 사랑스럽고 아이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다.
육아의 중심은 엄마다. 남들이 다 모유 수유한다고 나도 모유 수유하는 것이 아니라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금 5살이 된 우리 아이는 조리원에서 초유 이외에는 모유를 거의 먹지 못했지만 키 백분위 90퍼센트가 넘는 육박하는 우량아로 잘 크고 있다.
모유 수유 문제에 공감한다면 아마 당신은 찐 엄마일 것이다. 왜냐면 이 글을 쓰고 있는 33살의 나는 아직도 주위 친구 중에 결혼도 하지 않은 친구들, 이제 임신한 친구들이 대다수라 모유 수유에 크게 공감해주지 못했다. 엄마라는 세계는 이렇게 그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과 계속해서 만나고 싸우게 된다.
어찌 되었든 다시 돌아가도 나는 엄마라는 선택을 또 할 것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엄마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너그러워지고 이해심이 생겼다.
이제는 그새 컸다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우리 아이의 신생아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다시 생후 1일로 갈 수 있다면 아이가 울어도 허허실실 웃어넘기고, 아이의 보석같이 예쁜 모습들만 더 눈에 담아 둘 텐데 아쉽다. 내일은 더 많이 사랑하고 안아주는 엄마가 되어주길 소망한다.
p.s 지금은 살을 많이 뺐지만 몸무게는 회귀 본능(?)이 강력한 무서운 놈이네요!!! ㅠㅠ ㅎㅎ 어떻게 하면 다이어트라는 평생 숙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식단과 운동만이 답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