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마리아주
아빠가 하늘나라로 가신 지 일년이 되었다. 아주 오래 전 일처럼 아득하기도 하고 바로 지금의 일처럼 생생하기도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보내는 나도, 별일도 없는데 왈칵 눈물이 쏟는 나도… 모두 나같지 않아서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일년이 지났고 나는 아빠를 만나러 간다.
1. 게살스프
제사준비 대신에 아빠가 좋아했던 음식을 먹기로 했다. 그래서 아침에 게살스프를 끓였다.
치킨스톡 1큐브를 넣고 액젓으로 간을 맞춘 다음에 잘게 찢은 크레미와 팽이버섯, 파를 넣고 계란을 풀었다. 그리고 전분물을 부워서 걸쭉하게 끓여내니 서늘했던 마음이 따뜻해졌다. 자, 이제 출발!!!
가끔 난 나에게 속는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연도를 하는 도중에 눈물이 났다. 마치 투정 부리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그래도 아빠를 보니 이상하게도 안심이 됐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2. 어복쟁반
아빠는 나랑 술 마시는 걸 좋아했다. 같이 포장마차도 가고 복분자와 소주를 1:1 비율로 섞어서 와인잔에 따라 마시기도 했다. 내가 이삿날 우리집 앞에 있는 피양옥에서 어복쟁반을 사드리니 일주일에 한번씩 놀러오셨다. 내가 보고싶었던 건지, 어복쟁반이 드시고픈 건지… 어떤 게 핑계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언제나 한달음에 달려나갔다. 둘이 먹기는 양이 많아서 신랑과 선뜻 시키지 못했는데, 아빠랑 엄마랑 빈대떡까지 시켜서 참 맛있게 먹던 기억!
고기와 어울린다는 나파벨리 와인을 마시며 아빠에 대한 추억을 더듬었다. 어쩌면 삶이란 그리움을 쌓는 일. 웃다가 울다가… 으아~ 와인 두 병 마셨다.
3. 짜장면
아빠는 짜장면이 좋다고 하셨어~!!! 다음날 노래를 부르며 와인을 마시다가 펑펑 울고 말았다. 그런데 마음은 편안했다. 누군가 다독다독 해주는 것처럼. 아빠는 잘 지내시는 모양이다. 새삼 감사하다. 가장 값진 유산은 좋은 기억이라는 걸… 한동안 아빠가 좋아했던 음식만 먹을 거 같다. 따뜻했던 추억과 함께.
너무 마셨나?
그래도 아빠의 음식은 추억의 맛이었고
가족과 더불어 좋은 시간이었다.
아빠 또 만나러 갈게요.
잉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