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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Nov 13. 2023

어제의 산책


 목도리를 칭칭 감아 얼굴을 반쯤 가리고 걷는다. 목적지는 없고 일단 걷는다. 어차피 익숙하고 뻔한  길을 걷겠지 생각하며. 날이 춥고 시간이 늦어 산책로에 사람이 없다. 맞은편으로 할아버지가 지나간다. 불쑥 나에게 오더니. 아가씨 미안한데, 손을 빼고 걸어. 라며 언성을 높인다. 손이 시려서..  끝을 흐린다. 넘어지면 어떡해! 손을 넣고 다니면 넘어졌을  크게 다쳐. 그래도 손이 시려서.. 예쁜 아가씨가 넘어지면 속상해서 그래. 감사합니다. 빼고 걸을게요. 비틀비틀 걷고 있었던가. 아니면 넘어진 나를 목격했나. 유약한 상태로 만난 오지랖은 나를  울게 만들고. 울면서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걷는다. 아무튼 걸었고, 목적지는 없었지만 반환점을 돌아 다시금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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