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리를 칭칭 감아 얼굴을 반쯤 가리고 걷는다. 목적지는 없고 일단 걷는다. 어차피 익숙하고 뻔한 그 길을 걷겠지 생각하며. 날이 춥고 시간이 늦어 산책로에 사람이 없다. 맞은편으로 할아버지가 지나간다. 불쑥 나에게 오더니. 아가씨 미안한데, 손을 빼고 걸어. 라며 언성을 높인다. 손이 시려서.. 말 끝을 흐린다. 넘어지면 어떡해! 손을 넣고 다니면 넘어졌을 때 크게 다쳐. 그래도 손이 시려서요.. 예쁜 아가씨가 넘어지면 속상해서 그래. 감사합니다. 빼고 걸을게요. 비틀비틀 걷고 있었던가. 아니면 넘어진 나를 목격했나. 유약한 상태로 만난 오지랖은 나를 또 울게 만들고. 울면서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걷는다. 아무튼 걸었고, 목적지는 없었지만 반환점을 돌아 다시금 집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