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방법

by 정미리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모차르트의 바순 협주곡을 아빠가 좋아했어요.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돌아가신 아빠를 추억하게 돼요"

돌아가신 아빠를 그리워하는 딸이 보낸 사연이었다

나는 알지도 못하는 바순 협주곡. 음악을 들으며 돌아가신 아빠를 추억한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했던 음악, 음식, 장소, 이런 것들을 많이 기억해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 장소와 음악이 슬픔과 눈물이 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장소와 음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음식과 장소를 많이 알려주고 싶다.

헤어짐의 눈물이 마르고, 그 장소에 갈 때마다 엄마와 함께 찍었던 사진과 나눴던 대화를 기억할 수 있게

그 음식을 먹을 때마다 엄마가 했던 농담들을 기억할 수 있게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낯간지런 감상평을 늘어놓았던 엄마의 주책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음악을 들으며 음식을 먹으며 서로를 그리워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할것 같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음악과 장소를 많이 물어보고 함께 하고 싶다.

함께 맛보고 함께 들고 함께 거닐고 싶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추억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관계는 살아서만이 아니라 이 땅을 떠나서도 가능한 관계가 아닐까


나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 사진이 나의 영정사진이 될 것 같아 사진 찍기가 무서웠다.

어떤 사진을 나의 장례식장에 걸어야 덜 슬플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그럴 때면 밝게 웃으며 곱고 고운 사진을 찍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무서움이 아니라 가벼움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음악 장소를 떠벌리며 함께 하고 싶어진다.

이처럼 가벼운 마음이 나에게 생긴 것은 죽음과 삶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오랜 사유는 두려움을 넘어서 평안함과 감사를 남겼다.


아무 쓸모없을 것 같았던 생각의 시간들, 기도의 시간들은 나를 더 단단하게 하고 행복하게 했다.

두려움을 넘어선 편안함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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