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주 가끔, 아주 가~끔 캐러멜을 먹는다.
커피도 그렇다. 샷 하나만 넣은 디카페인을 참고 참다 마신다.
나의 몸과 감정과 마음 날씨까지, 온 우주가 커피를 땡기는 그런 날에 마신다.
그렇게 좋아하는 빵도 소중히 아껴두었다 내가 정말 고생한 날 내가 나에게 통 크게 사준다.
아침에 딸을 픽업시켜 주고 돌아오는데 배가 고프고 머리까지 어질 했다.
차 안을 뒤져보니 딸이 먹다 남긴 캬랴멜이 보였다.
작은 갈색 큐브를 감싼 껍질을 벗기고 입안에 넣으니 정말로 살살 녹았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부드러운 단맛이었다.
캐러멜 3개를 연속으로 입에 넣어 행복하게 운전하다 문득 빨간 머리 앤이 생각났다.
앤이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맛본 그 소풍날이 생각났다.
앤이 초록색지붕으로 입양되고 처음 가는 소풍날.
앤이 간절히 소풍을 기다린 이유는 그날 그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앤은 아직까지 한 번도 아이스크림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주인공에게 시련은 당연한 일.
앤은 아줌마의 소중한 브로치를 훔쳤다는 오해를 받아 소풍을 갈 수 없게 된다.
소풍날 아침 앤은 아이스크림을 너무 맛보고 싶은 마음에 아줌마에게 거짓자백 하지만 그 자백은 오히려 앤에게 소풍을 못 갈 분명한 이유가 되고 만다.
그때 앤은 아줌마를 향해 말한다. " 도둑도 아이스크림을 먹어 볼 수는 있잖아요!"
앤은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그날 도둑까지 되기로 한 것이다.
앤은 그날 아이스크림을 먹었을까?
내 기억 속에 앤은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이스크림 맛을 봤다.
두 눈을 감고 부드러운 달콤함에 빠진 앤의 얼굴이 생각이 난다.
우리는 앤처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오늘 내가 먹은 이 캐러멜의 부드러운 달콤함은 모를 것이다.
친구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너무 맛있는 디저트를 마음껏 먹을 수 없는 나를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나는 누구보다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캐러멜을 맛보고 빵을 먹는다.
간절하게 기다리다 먹는 맛있는 행복을 충만히 누린다.
군대에서 먹었던 라면이 가장 맛있는 이유가 나와 같지 않을까?
간절히 기다리다 만난 그 풍부한 달콤함을 누가 알까?
이 맛있는 행복을 앤과 함께 누려보는 아침이다.
정말 맛있는 음식은 마음과 몸과 나의 미각이 간절히 기다릴 때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캬랴멜이 녹을 때마다 달콤한 행복감이 온몸과 마음을 감싸는 봄날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