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관련 영화를 보러 갔다.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옆 자리에 누가 앉아 있으면 불편할 거 같아 옆자리가 비어 있는 좌석을 골랐다.
영화시작 15분 전에 안으로 들어가 보니 내 옆자리에는 할아버지 한분이 앉아 계셨다. 아니 누워계셨다.
리클라이너 의자를 완전히 뒤로 젖히고 다리를 올려놓고 편안히 누워 계셨다.
스크린에서 광고가 시작되자 드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였다.
코 고는 소리의 강도로 봐서는 영화가 시작돼도 깨어나실 것 같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편안히 주무시지......
내가 자리를 잘못 잡은 것이다.
할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이 영화를 봐야 하다니....
영화가 시작되자 옆에 있던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깨웠다.
정말 다행이었다.
제주 도민으로서 영화 내용은 더 아프고 슬플 수밖에 없었다.
내 외할아버지가 경험했고 많은 제주도민이 경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 권력에 의해서 무고한 사람들이 보리밭 사이에서 폭포 위에서 산에서 해안가에서 무참히 살해된 것이다.
그 아픔을 잊고 살아야 했던 주인공의 사연에 영화가 끝나도 나는 쉽게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불이 켜지고 옆을 보니 할아버지가 꼿꼿이 세운 지팡이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고개를 숙이고 계셨다.
울고 있었다. 파르르 떨고 계셨다.
한참을 앉아 계시다 지팡이를 의지해 내려가는 할아버지의 다리가 흔들릴 때 내 마음도 흔들렸다.
내가 알고 싶던 4.3의 아픔은 영화관 스크린보다 내 옆 자리에 이미 앉아 있었다.
저 구부러진 어깨에 얼마나 많은 아픔을 지고 살았을까?
저 작은 몸속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들어 있을까?
할아버지가 의지하는 저 지팡이만이 그 사연을 알듯 했다.
지팡이를 짚고라도, 피곤함으로 코를 골더라도 이 자리에 앉게 한 아픔이었다.
할아버지의 사연도 그 손을 맞잡은 할머니의 사연도 조심스럽게 짐작해 본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그 아픔도 춤으로 날려 보내고 훨훨 날아가는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