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역설’의 이야기

팀버튼 특별전을 다녀오다.

by SH LEE

‘버트네스크 (Burtonesque)’

하나의 양식으로 자리잡은 팀 버튼의 스타일



한 도시에서 두 번 이상 전시를 하지 않는다는 팀버튼의 전시회가 세계 최초로 서울에서 두 번째로 열리네요! 다름 아닌 팀 버튼이 광장시장의 분위기와 음식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이라는데 어찌됐건! 독보적인 스타일로 하나의 ‘양식’과 ‘단어’까지 만들어 낸 팀버튼특별전을 다녀왔습니다. (무려 두 번이나)


금요일 낮에 방문했는데도 북적북적 사람이 많았습니다. 원래 애니메이션 영화를 즐겨보지도 않고 팀버튼이라는 아티스트가 그리 익숙치 않았지만, 이번 달에 마땅히 구미가 당기는 전시회도 없고 이전에 DDP에서 했던 ’살바도르 달리’ 전시회도 좋았고 해서 솔직히 큰 기대 없이 전시장을 방문했습니다.


낮았던 기대와는 다르게 특별전의 섹션을 지나가면 갈수록 전시에 점점 몰입하게 됐고, 팀버튼이라는 아티스트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제게 스며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수많은 캐릭터들을 창작해내고 캐릭터들로 스토리를 엮어내는 그의 창의력과 상상력에 전시 내내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건 여러 작품에서 느껴졌던 ‘역설’이라는 개념을 활용법이었습니다.


첫번째 역설, ‘동정심을 부르는 괴물’

여러 캐릭터들을 보면서 드는 의문은 ’분명히 징그러운 요소들을 갖추고 있는 괴물들인데 왜 안징그럽게 느껴지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분리된 몸을 연결하는 실밥, 꼬여있는 혓바닥, 토막난 신체, 늘어지는 눈알 등 단어만 들었을 땐 굉장히 기괴한(그로테스크한) 요소들이죠. 전시회에 대상을 ‘동정심을 부르는 괴물’ 이라고 서술하는데 단어자체도 매우 역설적이죠.


이러한 요소들을 단순, 명료한 스케치와 쨍한 색채를 이용하고 동시에 형태를 기하학적이고 단순화 또는 극히 과장시켜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캐릭터를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칫 현실적으로 묘사하면 무섭고 징그러울 수 있는 괴물들인데 희한하게 위트있고 귀여운데다 익살스럽기까지 하더군요.


두번째 역설, ‘귀여운 캐릭터들의 잔혹 동화’

또 하나의 역설은 그 캐릭터들이 전달해주는 주제였습니다. 그 귀엽게 생긴 캐릭터들이, 그리고 어린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에 녹아있는 주제들이 꽤나 무거웠습니다, 아니 많이 무겁고 잔혹했습니다. 일반적인 ’성인들의 캐릭터’들을 통해서 전달되는 것보다 ’동심을 자극하는 만화 캐릭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켜주더군요. (굴소년의 이야기와 스테인보이 시리즈는 충격이 꽤나 컸습니다.) 전시장에 엄마의 손을 잡고 전시를 보는 아이들도 많았는데 잔혹한 주제를 어린 친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호기심 반 걱정 반의 생각도 들었습니다.





팀버튼 감독의 작품을 정주행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고 메세지가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DDP 전시회는 늘 만족스럽네요. 주제와 컨텐츠도 보다 폭넓고, 즐길거리가 다양해서 인지 타 전시장의 전시회보다 좀 더 톡톡튀고 생생한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팀버튼 특별전에 이은 DDP 다음 전시도 정말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