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는 그릇

by 조민규

우리에게 ‘언어’란 무엇인가


아기들이 부모를 크게 놀라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젖을 떼고 훌쩍 자랐을 때, 그리고 옹알이하던 입술로 마침내 말을 시작했을 때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나 또한 ‘엄마’ 혹은 ‘아빠’라는 첫 말로 부모를 놀라게 했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언어는 시간이 흐르며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갔다. 학교에서는 ‘국어’가 되었고,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는 ‘대화’가 되었으며, 공적인 자리에서는 ‘말하기’가 되었다. 모국어가 익숙해질 즈음, 외국어라는 또 하나의 언어가 삶에 스며들었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경쟁력을 증명하는 수단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넓히는 창이었다. 이처럼 언어는 삶의 서문에서부터 우리와 함께해 온 일상의 일부였다.


언어의 우선순위


생활의 방식이 저마다 다르듯 언어에 대한 저마다의 우선순위도 다르다. 누군가는 언어의 예술성에 매료되어 문학과 창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누군가는 언어의 실용성과 다양성에 이끌려 회화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또 누군가는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알기에 상담과 같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개개인의 생활 방식이 존중되듯 개인이 생각하는 언어의 우선순위 또한 서로 다를지라도 모두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언어란 ‘우리’이다


한나 아렌트는 “생각은 말해질 때 비로소 세계 속에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마음도 그와 같다. 표현되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고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비밀이 된다. 그리고 언어는 그런 마음을 꺼내어 보여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도구이다. 우리는 언어에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담아서 타인에게 건네고, 그 과정에서 우리를 드러낸다. 우리는 언어에 우리를 담는다. 그러므로 나는 언어에 담긴 누군가의 마음을 열고 확인해 보고 싶다. 그들의 마음이 궁금하고, 마음을 담는 방법들을 모으고 모으다 보면 내 마음도 보다 잘 담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과 기대감 때문이다. 어원에 담긴 옛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언어를 확장할 때 우리 또한 더 깊고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