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햄릿』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영백

『햄릿』을 읽다 보면, 이 인물이 왜 이렇게 오래 살아남았는지 곧 알게 됩니다.

햄릿은 결단력 있는 영웅도, 단순한 복수자도 아닙니다.

그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깊이 의심하며, 그래서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바로 그 점에서 햄릿은 우리와 닮아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재혼, 왕국의 부패.

햄릿은 이미 무너진 세계 속에 서 있습니다.

그는 복수를 명령받지만, 칼을 들기 전에 먼저 질문합니다.


“이 명령은 진실한가?”


“내가 믿는 정의는 옳은가?”


햄릿의 비극은 망설임에서 비롯되지만, 그 망설임은 나약함이 아니라 윤리적 불안에 가깝습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유명한 독백은 죽음에 대한 고민이라기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처럼 들립니다.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침묵하며 견디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고통을 무릅쓰고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 햄릿은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의 고독은 더 깊어집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아픈 장면은,

햄릿이 가장 진실하게 말할 때 주변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오필리아는 그의 고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어머니는 그의 분노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생각이 깊을수록, 말은 더 고독해집니다.

『햄릿』은 생각하는 인간이 겪는 외로움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햄릿은 행동하지 않아서 비극을 부른 인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행동의 무게를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늦었습니다.

한 번의 칼질이 가져올 파장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끝없이 지연하고, 확인하고, 시험합니다.

그 신중함은 시대가 요구한 영웅상과 어긋났고, 바로 그 어긋남이 이 비극을 더욱 현대적으로 만듭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햄릿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머지는 침묵이다.”


이 문장은 체념처럼 들리지만, 어쩌면 생각을 끝까지 끌고 간 인간의 마지막 평온일지도 모릅니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었던 삶, 정답 없이 견뎌야 했던 시간들.

햄릿은 모든 질문을 안고 무대에서 내려옵니다.


책장을 덮으며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결단력 있는 사람’을 이상으로 삼지만, 햄릿은 다른 방식의 인간을 보여줍니다.

고민하는 사람, 망설이는 사람, 그러나 쉽게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

『햄릿』은 그런 인간도 충분히 존엄하다고 말합니다.


이 작품이 오래 살아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선택 앞에서 흔들리고, 확신 없이 살아가며,

“이게 맞는 걸까?”라는 질문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햄릿은 그 질문을 대신 살아낸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는 비극 속에서도, 끝까지 인간으로 남습니다.




참고문헌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최종철 옮김, 민음사

William Shakespeare, Hamlet, edited by Harold Jenkins, Arden Shakespe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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