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어 서점

by 누리

내가 중학교에 막 입학할 무렵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처음 책을 사서 읽었을 때 그 신선함을 기억한다. 벌써 몇 년도 전 일이라 자세히는 생각나지 않지만, 확실히 나는 김초엽의 그 신선하고 몽환적인 문장들에 다분한 충격을 받았었다. 분명 다 이해하지도 못하고 읽었을 텐데도 그 신선함에 매료되어 당시 시중에 나온 김초엽의 대표작들을 모두 구매했다. ‘지구 끝의 온실’, ‘행성어 서점’, ‘방금 떠나온 세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학생 때는 솔직히 단편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 제대로 읽어본 단편소설집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었다. 그래서 ‘행성어 서점’은 처음에 한 번만 슥 읽어버리고 책장에 고이 모셔만 놓았었다.


단편소설은 항상 너무 의뭉스럽고 완결점이 모호해 어렵게만 느껴졌다. 가볍게 분위기에 취하기는 좋지만 아무래도 내 취향은 아니다, 싶었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읽은 ‘행성어 서점’을 다시 읽어 보았다. 이삿짐 속에 파묻혀 책장을 들이기 전까지는 무덤처럼 쌓여 있을 책더미 속에서 유난히 그 책이 눈에 들어왔다. 위에 쌓인 이불과 독서대, 또 한 무더기의 책을 치우고 나서야 손에 들어온 책을 다시 한 번 슬슬 넘겨보기 시작했다.


다시 읽어본 ‘행성어 서점’은 절대 의뭉스럽지도 모호하지도 않은 소설이었다. 오히려 분명한 메시지가 있고 모든 단편들이 여기저기 얽혀 있어서 주제의식이 뚜렷했다. 그무렵의 나는 그렇게 얽혀 있는 덩굴을 따라갈 만큼 성숙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지금의 나는 이제 그 덩굴을 따라 내려갈 수 있지만, 또 몇 년 후의 나는 이 글을 보며 지금의 나를 어렸던 모양이라고 부끄럽게 웃을지 모르겠다.


1만 년은커녕 수십 년도 지나기 전에, 우리는 이미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종이 되어 있겠죠. 이 지구의 풍경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그건 어떤 모습일까요. 정말 본부에서 말하는 것만큼 끔찍하기만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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