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꽃은 시들어도 잊지 못할 그 계절)
여섯 딸 중 막내였던 내가 엄마를 두고 신혼집으로 향하던 날, 난 어릴 적에 들었던 할미꽃 이야기가 생각났다. 희생하며 세 딸을 키우고 홀로 남겨진 동화 속 엄마와 내 엄마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픈 결말인 할미꽃 이야기와는 달리, 난 엄마의 여생이 행복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엄마의 삶 속에 있던 행복과 감사, 위로들처럼, 엄마의 여생에도 행복이 함께 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엄마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엄마, 당신의 계절 속에서 내가 자랐습니다. 꽃처럼 예쁘게 자라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듯, 부모님의 시간 또한 우리 곁에서 멈춰주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희생을 늘 마음속으로는 알면서도, 바쁜 일상 속에서 자꾸 잊어버리게 되는 요즘, 할미꽃 이야기로 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약 6개월 간의 긴 연재였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글은 아직 계획하지 않았지만 우선은 소소한 일상 이야기로 찾아뵐까 합니다.
멤버십 연재는 이제 하지 않을 것이니 편안히 들러 읽어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도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할미꽃 이야기
“어느 산골 마을에 홀로 세 딸을 키우며 사는 어머니가 있었어요.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살림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무럭무럭 자라는 딸들 덕분에 어머니는 행복한 나날을 보냈어요.
어머니 세 딸을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어요.
‘우리 첫째 딸은 맛있는 떡을 참 좋아하지.
우리 둘째 딸은 어여쁜 때때옷을 참 좋아하지.
우리 셋째 딸은 꼭 안아 주기만 해도 참 좋아하지.’
어머니는 세 딸만 생각하면 힘이 절로 솟는 것만 같았어요.
세 딸이 쑥쑥 자라 시집갈 때가 되자, 어머니는 딸들을 불러 원하는 신랑감을 물었어요.
첫째는 돈이 많은 부자가 좋다 해서 논을 팔아 시집을 보내고, 둘째는 똑똑한 선비가 좋대서 밭을 팔아 시집을 보냈지요. 셋째는 홀로 남을 엄마가 가여워 아무 대답 없이 눈물만 흘렸어요. 어머닌 옥가락지를 팔아 마음씨 고운 총각에게 셋째 딸을 시집보냈어요.
세 딸이 떠난 집에 홀로 남은 어머니는 몹시 외로웠어요.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어머니 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내리고 얼굴에는 깊게 주름이 잡혔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세 딸을 보고 싶은 마음도 더욱 간절해졌지요.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 어머니는 찬바람을 이겨내며 세 딸을 만나러 길을 떠났어요.
며칠 만에 어머니는 첫째 딸 집에 도착했어요. 잔치가 열리는지 집안에서 고소한 음식 냄새가 솔솔 났어요. 첫째 딸을 본 어머니는 반가워 어쩔 줄 몰랐어요. 하지만 첫째 딸은 늙고 초라한 어머니가 못마땅했어요.
“이런 꼴로 여길 오시면 어떡해요? 창피하니까 사람들이 보기 전에 얼른 가세요!”
첫째 딸은 대문을 꽝 닫고 들어가 버렸어요. 어쩔 수 없이 둘째 딸 집으로 갔지만, 둘째 딸도 과거를 앞둔 서방님 글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누룽지 한 줌을 내주고는 휙 들어가 버렸어요.
어머니는 셋째 딸네 집으로 향했어요.
‘아마도 우리 셋째는 반겨 줄 거야. 마음씨 고운 아이였으니까.’
사나운 눈보라가 거침없이 들판 위로 휘몰아치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은 늙은 어머니의 머리 위로 어깨 위로 소복이 쌓여갔어요.
한바탕 눈보라가 몰아친 다음 날 아침, 수북이 쌓인 눈을 치우던 셋째 딸은 저 멀리 무엇인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던 셋째 딸은 쓰러져 있는 어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어머니, 어머니, 눈 좀 떠 보셔요!”
셋째 딸의 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 나갔어요. 셋째 딸은 햇볕이 잘 드는 산언덕에 어머니를 정성껏 묻어드렸어요. 이듬해 봄 어머니의 무덤에서 딸들을 그리워하며 어머니가 자주 보았던 자줏빛 댕기처럼 붉은 꽃이 피어났어요. 그 후로 사람들은 무덤가에 핀 그 꽃을 할미꽃이라 불렀어요.”
할미꽃 이야기(글:박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