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5kg만'이 어떻게 30kg이 되었는가에 대하여

5주차 : 살은 정체됐고, 내 마음은 폭주 중

by 이문초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5주 차가 되었다. 다이어트를 시작 하기 전 ;한달이면 10kg 은 껌이지' 라며 한달이라는 시간을 길게 생각했다. 하지만 한달은 정말 길고도 짧았고 고작 3kg도 빼기 어려웠다. 초반의 의욕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분명히 달라졌다. 예전엔 닭가슴살을 데우면서도 ‘나 진짜 열심히 한다’는 성취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똑같은 식단을 준비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또 이거야…?”


체중계는 며칠째 같은 숫자를 보여주고 있다. 변함이 없다는 사실보다 더 화가 나는 건, 나 스스로 그 숫자에 너무 집착하게 되었다는 거였다. 이전엔 하루에 200g만 빠져도 괜히 기분이 좋았는데, 요즘은 아무리 식단을 지켜도 몸무게가 그대로라는 이유만으로 하루 기분이 망가진다.


정체기라는 말을 모르는 건 아니다. 누구나 겪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도 예외는 아니구나’를 실제로 받아들이는 건 별개의 문제다. 머리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화가 난다. 특히 지난 한 주 동안 치킨 한 조각 참아내고, 빵 냄새에 눈물 흘리며 지켜낸 내 노력이 허공에 흩어지는 기분이 들면 정말 억울해진다. 마치 누가 내 시간과 인내심을 몰래 훔쳐간 것만 같다.


운동은 계속하고 있다. 땀은 여전히 나고, PT쌤은 “이만큼 꾸준히 하는 사람 드물어요!”라고 격려해준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체중계 위에 올라가는 순간, 숫자는 여전히 그대로다. 그 순간엔 누구의 칭찬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실망한 마음은, 누가 뭐라고 해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그런 날이면 SNS에서 ‘살 10kg 감량 후기’ 같은 글이 꼭 눈에 띈다. 다들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빠졌는지 모르겠다. 나는 떡볶이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그들은 아몬드 두 알로 저녁을 대신했다고 말한다. 나와는 다른 차원의 인간들 같다.


사실 나는 지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기보다, 내 멘탈과 싸우고 있는 느낌이다. 몸보다 더 힘든 건 마음이다. 예전보다 더 조심스럽게 먹고, 더 열심히 움직이는데도 결과가 없을 때, 마음은 금세 지친다. 나를 격려하기보다는 비난하게 되고, 그런 비난은 또 다시 의욕을 깎아먹는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번 주는 체중보다 마음을 챙기는 한 주로 만들기로. ‘오늘 운동을 못 했어’라는 말 대신 ‘오늘은 회복하는 날’이라고 말해보기로. ‘또 먹어버렸어’라는 자책 대신 ‘그래도 어제보다 덜 먹었잖아’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기로.


몸무게는 변하지 않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내 태도는 조금 달라졌다. 아직도 유혹은 많고, 흔들림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작은 승리라는 걸 조금은 인정하게 되었다. 체중계 숫자 말고, 하루를 버틴 나를 칭찬해주기로 했다.


오늘은 치킨을 참지 못했지만, 내일부터 또다시 조절하면 된다. 다이어트는 마라톤이라고 했던가. 그 말,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난다. 달리는 동안 숨이 찰 수 있고, 때론 잠깐 멈출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 가고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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