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적심
거짓 없는 참된 마음(赤心), (비유)마음을 부드러워지게 하다.
24년 겨울, 우연을 계기로 시작된 편지친구와의 소통의 흔적을 기록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서로가 단절된 초연결 시대에서, 서로를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그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여름밤과 테드가 주고 받는 마음의 조각들이 종이 위에서 춤추는 순간을 함께 해보는건 어떠실까요?
이 브런치는 익명의 두 사람이 주고 받는 편지의 내용을 담백하게 담아내는 서간집입니다.
그 속에는 그리움과 소망, 그리고 말로 다 전하지 못한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편지를 열 때마다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와 손떼 묻은 글의 흔적은, 마치 그 사람의 손길이 닿은 듯한 아련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편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이며, 받는 이에게 전하는 진실된 마음의 선물입니다.
테드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편지를 통해 인사드릴 수 있어 정말 기쁘고 반가워요. 앞으로 좋은 이야기 서로 나누면서 일상 속 작은 활력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요즘엔 이렇게 편지를 쓸 일이 많지않고, 특히나 새로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일 자체가 처음있는 일인데요..! 조금은 어색하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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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어떠셨나요? 제가 사는 지역에는 많은 눈이 왔어요. 갑작스럽게 찾아온 첫 눈은 생각보다 많은 양이 내렸고 순식간에 찾아온 겨울에 12월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말은 또 한 해가 지나간다는 뜻이겠죠? 올해가 가기전에 하고싶었던 것들이 몇 개가 있었는데 추진력이 약한 편이라 전부다는 하지 못하고 머릿속에만 맴돌던 것들이 있었어요. 그 중 하나가 새로운 운동 시작하기였는데 다음주부터는 킥복싱을 시작하려고 해요! 한 3개월전부터 생각했던건데 드디어 시작합니다!!!
테드님은 운동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운동신경이 좋은 편은 아닌지라 어릴땐 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은 있었어요. 그러다 몇년전부터 운동을 시작했고 요가-헬스-수영을 거친 뒤 올해 초에는 테니스를 배우면서 새로운 운동에 대한 두려움을 계속 없애보려고 하고 있어요. 테니스는 일주일에 한 번만 가다보니 아쉬움이 있어 킥복싱을 추가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래서 다음주에 시작할 킥복싱이 12월의 설렘 중 하나가 되었는데 잘할 수 있겠죠?
그리고 또 하나의 설렘은 1월에 계획중인 한라산 새벽등산이에요! 아직 등산에 능숙한 편은 아닌지라 한라산 정상까지는 불가하고.. 윗세오름까지 가서 한라산 일출을 보려고 하고있어요. 사실 킥복싱보다 이게 더 너무너무 설레네요..
한겨울에 가는 등산도, 한라산 등산도 처음이라 이것저것 찾아볼 것도 많지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정말 좋아져요..>.<…!! 뭐든 다 해낼 것 같은 그런 기분좋음이 가득해요.
저는 새로운 경험을 앞두게 되거나 그걸 겪고난 후에 말이 많아지는 편이에요. 그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느꼈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혼자 되새기는 것도 아주 좋아합니다. 짧게라도 일기를 쓰려고 노력도 해요..! (대신 일기를 길게 쓰는 건 쉽지않더라구요….) 사실 전 몇년전만 해도 굉장히 미적지근한 삶을 살았어요. 내 취향이랄 것도 크게 있지 않았고 혼자만의 시간도 그다지 가지지 않았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조차 스스로 잘 알지 못했는데 작년부터는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도전해봐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죠. 그래서 과정이 번잡스러울 것 같아 기피했던 수영을 눈 꼭 감고 시작하게 됐어요. 물에 뜨지도 못했던 제가 여러 영법들을 배우며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게 됐어요. 역시 싫고 좋고는 직접 경험해봐야 판단할 수 있단 생각을 더 강하게 가지게 되었어요. 이런 생각을 계기로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조금은 어색해했던 제가 올해 독서모임도 시작해봤어요. (이것도 거의 반년은 고민했답니다..)
독서모임도 해보니 너무너무 좋았고 내가 이걸 또 주저해서 시작하지 않았다면 많은 것을 놓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됐어요.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무언가에 미쳐있을정도로 뜨거웠던 순간이 제게 있었나 생각해보면 크게 생각나는게 없어요. 대신 요즘의 제 삶은 은은하지만 따뜻한 모닥불처럼 불타오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경험이란 장작을 조금씩 쌓아가면서요. 제 삶의 열정이란 작은 불씨가 이제서야 타오르고 있나봅니다. 내년에도 이 불씨가 저와 함께할 수 있겠죠?
이렇게 편지를 쓰면 되는건지 아직도 아리송하긴 하지만 첫 편지는 끝마쳐보려고 해요.
(제 편지가 부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24년이 얼마 남지않은 12월의 첫 주가 이제 시작됐네요.
공기가 많이 차가운데 감기 조심! 건강 조심하세요!!!
행복이 넘치는 12월의 첫 주 되시길 바랄게요. 그럼 다음 편지때 뵙겠습니다!
24. 12. 02, 여름밤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