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무척이나 가보고 싶던 곳이 있었다.
아니.
아직도 아주 많다.
언제나 내 마음으론 모자란
우리 엄마의
딸에 대한 마르지 않을 안타까움과 아낌없이 내어줌이
나에게 초로록 한 줌의 자유를 허락했고,
(진짜. 한 줌 같다. 순식간이었다.)
긴 패딩이지만 마음만은 봄날 되어 날아갔다.
북적이는 곳 안에서
그들이 혹여나 깨지는 어떤 것을 만지지는 않을지
눈 안에 쉽사리 들지 않을 작은 그들이 어디에 치이진 않을지
그들의 해맑음이 혹여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어떤 이들의 고요함을 방해하진 않을지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는 그들의 생리현상에 대처할 곳은 적당한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이곳의 커피가
내가 그닥 반기지 않는 신맛이 아니라
꼬숩함이라고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고,
내가 고른 달달함이 잘 고른 선택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빼꼼 들여다보고 싶은
예쁜 소품이 가득한 어떤 곳에 들어가는 것도
나의 마음의 결단에 달려 있었고,
작은 소품들의 어떠한 쓸모도
내 마음 가는 대로 상상해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찬찬히 읽어보던 시집의 제목들도 좋았고,
출판사 이름 따라 정리되어 있는 책들 속에서
막연하게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 여유가
나를 넉넉하게 했다.
아무렇게나 주저앉아서
내 가방 하나만 잘 있나 챙겨 들고는
이 책은 전혀 내 상상과 다르다고 고개를 내저을 수도 있었고,
생각도 못했던 책의 구절이 쿵하고 나를 내려놓게 하는 기분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아 내가 예전엔 이렇게 살던 때도 있었지.
하지만 그때는 몰랐던 마음.
지금에서 알게 되어도 괜찮았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그걸로 되었다.
한편에 걸린 거울에 비춰본 내 입술이 너무 많이 지워졌다는 걸 볼 수도 있었고,
화장실에 들어가 다시 한번 입술을 찹찹 단장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거울 속 내가
이제 상큼이가 아니라
더 이상은 상큼이라 고집하는 것은
진짜 고집이겠구나 생각이 들어 아쉬웠지만
그것 또한 잘 받아들이는 것이 건강함이겠다.
시간은 너무나 상대적이라
내 맘은 아직 출발하던 그 시간이나
어둠이 어느덧 가득 내려왔고,
다시 그들에게로 돌아갈 시간.
넉넉해지는 시간이었으니
아쉽다는 생각보다 감사함으로 마무리해야지.
작은 가방 하나로도
충분했던.
오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