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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자몽 Aug 23. 2023

호떡 5개, 볶음밥 2개

  살이 쪄 있지만 많이는 먹지 못하는 사람. 그게 나다. 누군가가 ‘아니 보기보다 입은 짧네.’하며 나의 외형에 관한 비하와 더불어 입맛까지 저평가할까를 매번 신경 쓰는 그런 불완전한 사람이기도 하고. 열량의 소비보단 저장의 효율이 극명하게 높은 비결은 자주 배고파한다는 것. 낭만은 없지만 질투가 그득한 나의 그는 나의 이러한 특징을 잘 알고 있다. 매번 배고파하지만 배고프다고 폭발한 거에 비하면 그다지 결과는 호기롭지 못하다는 걸. 얼마 전 새롭게 발견하게 된 카페가 있었다. 이번 주말엔 가자. 이번 주말엔 진짜 꼭 가자. 하던 게 차일피일 미뤄져 어느덧 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뜨거운 여름이 되어야 우린 그곳에 가게 되었다. 잠시만 밖에 서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흥건해지는 날씨에 반드시 생각나는 음식. 이때쯤이면 꼭 먹고 넘어가야 하는 그 음식. 바로 호떡이다(잉?). 시즌이 무색하게도 역시 명소는 명소였는지 호떡 하나를 사자고 엄청난 줄이 이어져 있었다. 다행히도 줄은 실내로 이어져 있기도 했고, 그렇게 미루고 미루어 이 뜨거운 날에 왔다는 괜한 오기로 당연히 그 대열에 합류했다. 

  “몇 개 시킬까? 4개?”


  그의 질문에 진짜 너무나 화라락 화가 났다. 4개? 우리가 지금 너, 나, 어린이1, 어린이2 이렇게 넷인데.. 4개? 그래. 날씨 때문이었을 거다. 식탐은 아니라고 하겠다. 아니 상식적으로, 도의적으로, 당연스럽게도 1명이 호떡 1개는 좀 아니지 않은가? 2명이 갔으면 5개는 시켜야 하고, 4명이 갔으면 적어도 8개는 시켜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아니 4개는..”

  “적어? 근데 어차피 자기 많이 먹지도 않잖아.”


  많이 먹고 안 먹고의 문제가 아니다. 설사 내가 못 먹고 남긴 다하여도 1인이 1개인 호떡은 마음을 너무나 섭섭하게 한다. 전골이나 칼국수 등의 걸쭉한 국물을 먹고 난 후의 볶음밥에서도 같은 원리를 적용한다. 배가 터질 것 같아도 볶음밥은 볶아야 하고, 그건 1개면 안 돼. 너무 배가 터질 것 같았지만, 또 모를 일이잖아. 그날의 볶음밥이 내 인생 최고의 볶음밥일지! 인생 최고의 볶음밥이 2 숟갈 먹었는데 사라졌다면 그 참혹함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러니 혹시나 모를 만약을 대비해서 2개가 맞다. 이것은 효율의 분야가 절대 아니다. 또한 이것은 내가 비효율의 맛을 사랑하는 ENFP라서도 아니다. 이건 사랑의 문제다. 내가 1인당 차를 두 대 사자는 것도 아니고, 호떡에서 볶음밥에서 효율을 따지면 날 안 사랑하는 거 아니니? 


  자 그러니 이제 이야기해 봐. 

지금의 뜨끈뜨끈 마음도 지글지글 익어갈 이 날씨에 시킬 4인을 위한 호떡은 몇 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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