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를 맞는 마음
한 해씩 익어갈수록,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또렷해진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숨쉬기조차
버거운 여름은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지겹고
불쾌하지만—푸르던 잎들이 기운을 잃고
아침 공기가 문득 서늘해질 즈음이면
나는 어김없이 그 여름이 그리워진다.
나는 늘 그런 식이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고, 싫어하지만
또 그리워한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인스타그램 피드가
온통 여행 중인 사람들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알록달록한 수영복, 저마다의 푸른 바다,
불그스름한 저녁빛. 모두들 산이며 들이며 바다며 어딘가에서 ‘지금’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듯 보인다.
그들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젊음과 낭만,
그리고 사랑을 충분히 누리지 않는 것—
그건 어쩌면 크나큰 죄악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최근엔 〈낭만·젊음·사랑〉이라는
제목의 곡에 빠져 있다.
하루에 한 시간씩, 질릴 때까지 같은 노래만
반복해서 듣는 나의 악취미도 어김없이 발동했다.
틱톡이나 릴스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이면서
감성팔이 인디곡쯤으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다.
그래, 인정한다. 그게 내 취향이다.
청승맞음.
젊음이니까 가능한 풋풋함이자 미숙함.
그리고 그 안에서만 피어나는 진정성.
내게 ‘청승’은 후회 없음이고,
‘낭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현실주의자보다
몽상에 흠뻑 젖어 사는 내가 좋다.
낭만 같은 것을 챙기며 살기엔
하루하루가 벅차고 숨 가쁘지만—
그래도 퇴근길 저녁노을을 멈춰 서서 바라보는 일.
부서지듯 흩날리는 구름을 따라 마음을 뻗는 일.
아스팔트 위로 내지르는 소나기에 흠뻑 젖은 채 뛰어보는 유치한 순간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읽게 될지도 모를
오늘의 기록.
부끄럽고 민망하더라도 아직은
마음껏 청승맞고 싶다.
입추다.
8월 언젠가 낭만이라는 배를 접어,
이 여름의 끝 마저 다정히 띄워 보낼 수 있기를.
글, 편집 | 유옥(瑜)
@0k.Y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