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을 사랑이라 부르자

푸딩과 여름, 그리고 사랑의 상관관계

by 유옥





8월의 사랑은 대개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은 늘 나만의 것이었다. 적어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는 그렇게 믿었다.


처음 들은 듯한 말투와 처음 받아본 듯한 표현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방식으로 나를 울리고 웃게 만들던 그 사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겹쳐진다. 다른 계절, 다른 얼굴을 한 누군가와도 이상하게 비슷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계절은 매번 다르게 순환되지만, 사랑은 어딘가 닮은 궤도를 그린다.

뜨겁고, 무르고, 푸르렀다가 결국 흐려지는.


8월의 사랑이 특히 그러했다.

지나간 연인들은 언제나

여름의 끝에서 나를 떠났다.


습기 찬 창틀, 베란다에 널린 반쯤 마른 수건,

시들어가는 화분처럼 버석한 얼굴들.

그리고 밤이면 미열처럼 달아올랐던 몸의 기억들.


그 모든 것을 나는 사랑이라고 부르고,

그 모든 것을 떠올릴 때마다

아무에게도 주지 못한 문장을 쓰고 싶어진다.


여름은 끝나지 않았는데,

우리는 대개 그 끝에 기대어 앉아 이별을 말한다.

딱히 잘못한 일도 없었고,

딱히 더는 안아주고 싶지도 않았던 순간들.

모든 게 미묘하게 지겨워질 때 사랑은 사람을 밀어낸다.


아주 조금, 아주 살짝씩.


한때는 뜨거웠다는 이유만으로 차갑게 식어버리는 게 여름이고, 사랑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여름이 좋다.

사랑도 좋다.


다시는 하지 않겠다 다짐하면서도 끝내 다시 손을 뻗는다. 아무도 없는 바다를 마주 보듯. 파도가 돌아올 걸 알면서도, 뻔히 젖을 걸 알면서도.



©pinterst

8월은 모든 것이 부서지기 좋은 계절이다. 빛도, 감정도, 약속도 쉽게 무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그 무름이 좋다. 형체를 잃고 흐려지는 감정 속에서 나는 내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걸 안다.


사랑은 결국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닥쳐오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감당하는 방식만큼은 항상 내 몫이다.

그러니까 나는 또 한 번 사랑을 할 것이다.

입속에 반쯤 녹아 뭉그러지는 푸딩을 씹으며

이 계절의 끝에서 또, 누군가를 기다릴 것이다.


그 기다림이 사랑이든 사랑의 잔재이든

어쩌면 사랑 같지 않은 무언가이든.

8월엔, 그런 것들도 충분히 사랑이라

불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글, 편집 | 유옥(瑜)​
@0k.Y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