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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모 Nov 07. 2020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군대에 적응하지 못했었다. 살면서 가장 어려운 시간이었다. 할 수 있는 건 참고 견디는 것 밖에 없는 곳. 쉴 수 있을 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었다. 그때 처음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음악을 들었다. 그 후로 힘들 때마다 달빛요정 음악을 듣는다. 힘들다고 찾아 듣는 건 아닌데 힘들 때 보면 늘 듣고 있다. 웃긴 건 힘들지 않으면 듣지 않는다. 힘들 때만 노래 가사가 와닿고 위로가 된다.


상병 휴가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휴가 나가 뭐하고 놀까 찾던 중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공연이 있는 걸 알았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 귀찮아 가지 않았다. 이 사람 공연은 내가 원하면 언제든 볼 수 있으니 다음 휴가 때나 전역하고 마음 편히 보자고 생각했었다.


그 공연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마지막 공연이었다. 집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돌아가셨다. 그 뒤 뭔가 할까 말까 할 땐 미루지 않고 하게 됐다. 


미안했다. 이 사람은 내가 힘들 때 도움이 됐는데 난 그 사람 마지막 공연을 귀찮아 가지 않았다. 지금도 힘들 때 위로받고 있는데. 잊으면 안 될 것 같아 노력한다. 여기저기 적어두고 그분이 돌아가신 11월 6일 주변엔 노래라도 한 번 더 들으려고 노력한다.


몇 년 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노래로 만든 뮤지컬을 본 적이 있다. 배우들이 노래 부를 나올 때마다 질질 짰었다. 다른 사람이 부르는 노래지만 실제로 달빛요정 노래를 들어 기뻤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10주기. 난 그때 그 공연을 꼭 갔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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