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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일기 Mar 09. 2024

직장인의 공부방법

직장생활과 성공적인 수험생활은 양립가능한 것일까


이번 시험을 치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입사한 이래로 항상 동시에 수험생이거나 혹은 대학원생 신분이었는데, 자꾸 변수가 생기고 계획한 대로 되지 않으니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내가 계속 무리하게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돌아보게 된 것이다. 


내가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어떤 이들은 내게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지다고 말해주었지만, 사실 도전을 했다는 사실 자체로는 결코 만족이 되지 않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공감하겠지만 직장만 다니는 것도 쉽지 않다. 거기에 배우자, 자녀, 부모님 까지 케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런 와중에 짬을 내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젖먹던 힘을 짜내어 공부를 하는 것인데,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미안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시도를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작을 한 이상 그에 따른 산출이 있어야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게다가 고생만 죽어라 하고 결과를 못얻게 되면 그보다 슬픈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사실 학교를 다니는 것은 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한 점이 있다. 바로 누군가 멱살을 끌고 가주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과정이 끝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한림과 유콘 과정을 하는 동안 정말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학교의 커리큘럼이 있고 교수님과 원우들이 있기에 어떻게든 끝낼 수가 있었다. 반면에 시험은 장기 레이스를 오롯이 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흐트러지기도 쉽고 중간에 이탈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직장생활과 성공적인 수험생활을 병행할 수 있을까? 

일주일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그동안의 시행착오에 대해서도 하나씩 되짚어보며 고민한 결과 앞으로의 내 계획에 대해서 아래에 적어보려고 한다. 


우선순위는 회사 > 공부


직장인은 회사생활이 잘 돌아가야 그래도 공부에 몸과 마음을 쏟을 수 있다. 회사에서 평안하지 못하면 공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애초에 공부를 할 수 있는 이유도 회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우선순위는 회사이고, 예측하지 못했던 회사 일로 공부 계획이 방해 받더라도 가급적 스트레스 받지 않고 대처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정말 당연한 얘기인데, 굳이 이 원칙을 제일 먼저 써놓은 이유는 이 반대로 하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었기 때문이다. 


목표 공부시간은 평일 하루 2시간, 주말 하루 6시간


우선 공부 시간의 측면에서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회사에 입사한 후 변호사시험을 공부할 때 나는 무척이나 비현실적인 목표와 계획으로 시험준비에 접근했었다. 평일 6시간, 주말 12시간 이상 공부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목표를 설정했고, 이른 새벽에 출근해서 회사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주말 공부시간은 차치하더라도, 평일 6시간은 정말이지 말이 안되는 공부 시간이다(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불가능해보였던 일들을 해내는 사람은 늘 있게 마련이니까. 나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 그리고 더 정확히는 나 자신을 기준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퇴근하고 나면, 바로 공부모드로 돌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지금도 여전히 퇴근 후 집에 와서도 회사와 분리가 안되는데, 회사에 막 들어왔을 때에는 더더욱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물론 책상 앞에는 앉아있었지만,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눈 앞의 교재 내용은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일과시간에 일어난 일들을 복기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마음만 초조했고, 비현실적인 공부시간을 설정해놓고 내 스스로 그에 부응하지 못하니 자신감만 더 떨어지는 역효과만 났다. 안그래도 주변에서 불가능하다고 모두가 고개를 내젓는 와중에 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점점 더 떨어져갔다. 결국 시험이 가까워올수록 안될 거라는 자기 부정의 늪에 빠져버렸고, 결과는 당연히 안좋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미국변호사시험 준비를 시작하면서는 평일 3시간, 주말 8시간이라는 목표 공부시간을 설정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3주동안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하고 공부하면서 나는 내 자신의 현실을 좀 더 객관적으로 직시하게 되었고, 내가 설정한 목표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나의 집중력은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최하 수준이다. 어릴때만 해도 적어도 짧은 시간 동안에는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을 잘 했었던것 같은데, 20대 중반 이후부터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더니 이제는 쇼츠와 같은 숏폼의 도파민에 뇌가 오랜시간 절여진 때문인지 30분 이상 집중하는 것도 참 쉽지가 않다. 예전에 이런 내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다 못해 ADHD 검사를 받아본 적도 있다. 결과는 ADHD가 아니라 인내력 부족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깨달은 사실은, 현실적으로 내가 평일에 직장을 다녀와서 공부가 가능한 시간은 최대 2시간이라는 점이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기에 어떤 이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지만 나의 경우는 그러하다. 


그리고 나는 2시간이란 시간도 25분 공부, 5분 휴식으로 잘게 나누어 공부하려고 한다. 애초에 내 집중력이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마냥 2시간이라고 정해두는 것보다는 훨씬 긴장감도 있는 것 같아서다.


주 3회 이상 30분 조깅하기


나이를 먹을수록 운동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차이가 너무도 극명하게 느껴진다. 운동을 오랫동안 쉬면 몸이 금방 피로해지고 쉽게 지친다. 공부를 할 때 집중도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운동을 꾸준히 해서 몸이 어느 정도 만들어질 때 집중도가 올라간다. 


단순히 체력적으로만 운동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운동을 하면서 몸을 움직일 수록 뇌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인다. 나는 꼭 런닝머신, 조깅이나 걷기를 할 때 머릿속에 많은 영감이 떠오르고 또 생각도 정리가 된다. 그만큼 몸을 움직이는 것이 뇌를 적절히 자극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마음이 너무 급해서 따로 운동을 할 엄두를 못냈었는데, 적어도 주 3회 이상 조깅이나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또 그에 대한 기록도 남겨야겠다. 이 부분도 매일이 아닌 이유는 "매일"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말 2번, 평일 1번 정도는 현실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3회로 정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깅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3월에는 한번에 30분 조깅하는 것이 목표다. 조깅이나 운동 시간도 목표를 너무 길게 잡으면 오히려 부담이 되어서 점점 가지 않게 된 적이 많았다. 오래 운동하겠다고 욕심을 다지는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실제로 하는게 중요하니 짧은 시간으로 시작해봐야겠다. 


암기는 미루지 말고 그때 그때 하기


내 암기력은 10대 때 이후로 쭉 쇠퇴해왔고, 이제는 정말 암기가 제일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금방 본 것도 돌아서면 바로 까먹는다. 특히나 미국변호사시험은 모국어도 아니고 외국어로 된 내용을 암기해야 하니 더더욱 머릿속의 저항이 거세진다. 


에세이 시험 전날 울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룰이 머릿속에 들어가지지도 않고, 이 상태로는 시험장에 가서 쓸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을것만 같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서였다. 실제로는 염려했던것 만큼 최악은 아니었지만, 암기는 절대 시험 직전으로 미루지 말고 그때 그때 특정 과목을 한번 공부할 때 암기까지 함께 병행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주에 Civil procedure부터 당분간 매주 한과목씩 정리해나갈 생각인데, 매주 정리하는 과목에 대해서는 그 해당 주차에 룰 암기도 함께 병행해나갈 계획이다. 


짜투리 시간 활용은?


직장인 수험생의 경우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이런 조언에 따라 나도 여러모로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려고 했었다. 


아침에 출근을 준비하면서 내내 에어팟으로 강의를 듣기도 하고,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강의를 듣거나 공부를 하기도 했다. 이번 시험 기간에도 Torts와 Contracts 룰은 대부분 Tube에서 보았었다. 


하지만 퇴근길은 정말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아서 오히려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그래서 오히려 이 부분에서는 너무 강박적으로 하지는 않고, 몸과 마음의 체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해보기로 한다.


공부는 DNA 더하기 공부체력


나는 공부는 DNA와 공부체력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여지껏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공부를 압도적으로 잘한다 싶은 사람들은 부모님도 역시 공부를 잘했거나, 아니면 어릴 때부터 오랜 훈련으로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에 도가 튼 사람들이었다. 사실 내가 본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위 두가지를 결합하여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경우는 어떠한가. 냉철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면, 나는 공부쪽 DNA가 없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공부를 했던 사람도 없고, 내 스스로 느끼기에도 나의 IQ나 이해력은 좋은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엉덩이가 무겁지도 않다. 나는 유년기엔 학교가 끝나면 친구집이나 놀이터를 돌아다녔고, 청소년기에는 책을 읽거나 팝송을 들으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당장 먹고 사는게 급급했던 우리 집에서 나를 딱히 통제하는 사람이 없었다(지금까지도 딱히 그에 대한 불만은 없다). 고등학교 입학시험과 수능시험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학원도 잠깐씩 다녀보긴 했지만 학창시절 대부분 사교육도 거의 받지 않았다. 내가 유일하게 공부에 집중했던 것은 수업시간과 시험기간 열흘 전부터 시험기간 동안만이었다. 


그래서 뒤늦게 성인이 되어 공부에 뜻을 두게된 이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내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이었다. 공부체력도 몸 체력을 기르는 것과 비슷하게 오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아직까지도 나의 미천한 공부체력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모자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렇다고 마냥 포기하고 손놓고 있을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늘 그렇듯이 내 능력 범위 내에서, 할수 있는한 최선을 다해보기로 한다. 


어차피 나는 내 레이스를 달리고 있고, 나만의 허들을 넘는 중이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멀리 갔는지, 얼마나 높이 뛰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 사명은 지금부터 나만의 허들을 하나씩 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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