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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일기 Mar 13. 2024

영어, 미치도록 잘하고 싶다

런던에서 영어를 정복해보자


한국에서 쓰던 수업권이 남아있어서 오랜만에 링글을 켰다. 사실 매주 1개씩 꼭 쓰지 않으면 수업권이 1개씩 차감되는 과정인데, 그동안 시험 준비를 한다고 차감되는대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중간에 쉬는 기간이 있었지만, 링글을 처음 시작한 이래로 이제 거의 3년이 다 되어간다. 한국에서 내가 영어회화를 놓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동앗줄이었다. 2022년엔 한동안 거의 매일 링글 수업을 받았다. 1년동안 200회가 넘는 수업을 받으면서 친한 튜터들도 몇명 생겼고, 오늘은 그 중 가장 오랫동안 많은 수업을 함께한 튜터와 오랜만에 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튜터가 나와 인사하고 몇마디 나누자마자 "너 액센트가 이상해졌어"라고 한다. 생전 하지 않던 액센트가 생겼다며, 내 영어에 영국 액센트가 조금씩 섞여서 들린다고 한다. "엥..? 정말?? 그럴리가?!! 여기 온지 한달밖에 안되었고 그동안 말을 많이 하지도 않았는데?"라고 했더니 튜터 왈, "매일 듣는다는게 정말 무서울 정도로 효과가 엄청난거야."라고 한다.


원래 나는 한국에서만 쭉 교육을 받은터라 미국식 영어만 구사했더랬다. 그래서 처음 영국에 와서 하우스메이트랑 인사를 나누는데 하우스메이트가 나보고 억양이 미국식이라며 혹시 미국에서 있다 왔었냐고 물어봐서 "한국 정규교육이 미국식 영어로 되어 있어서 그래"라고 답해준 적이 있었다. 


사실 회사에서 나 혼자 책상 앞에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고, 점심을 혼자먹는 날이 훨씬 더 많아서 내일부터는 적어도 점심은 혼자 안먹도록 노력해봐야겠다고 다짐하고 온 참이었다. 물론 영국인들이 워낙 점심도 컴퓨터 앞에서 샐러드로 간단하게 때우고 마는 경우가 많아서 어쩔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뭔가 여기까지 와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내 영어가 부족하다는 것이 자꾸만 느껴져서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내가 평생 한국에만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Your English is good"이라고 해주기도 했었지만, 어디까지나 외국인 치고 잘한다는 의미다. 종종 말하고 싶은 단어가 바로 떠오르지 않아 당황스러운 경우도 생긴다. 젊은 직원들과 소통할 때면, 특히나 호주, 뉴질랜드 출신 친구들이 조금 흥분해서 말을 할때면 대화 중간 중간 안들리는 단어들이 있어 눈치껏 반응하는 경우도 있었다(I'm sorry, pardon me도 한두번이지).



오랫동안 다른 공부에 더 치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영어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래도 뭔가 말이 서투른 느낌은 확실히 유창한 영어에 비해 덜 프로같은 느낌을 주게 마련이고, 단지 영어가 내 모국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조금씩 서투른 느낌을 주고 있다는게 괜시리 손해보는 느낌이다. 


언어 외에 문화적 이해(혹은 메뉴판 이해) 부족에서 온 문제이기는 하지만, 음식 주문을 할때 고전을 하기도 한다. 얼마 전 보스와 스낵을 먹으러 간 일이 있다. 보스가 Cheese&Onion을 먹겠다고 해서 Cheese&Onion이랑 Chips(나를 위한 메뉴)를 달라고 했는데, Cheese&Onion 맛 Chips 하나만 나와서 당황했다. 알고보니 보스는 Chips 중 Cheese&Oinion 맛을 선택한 것이었고, 나도 별도로 다른 맛을 골라 얘기했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Cheese&Onion과 Chips를 달라고 하니 직원은 그냥 Cheese&Onion 맛 Chips를 준 것이다.


그나마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에서는 상황이 좀 더 낫지만,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누군가를 마주쳐 영어를 해야하는 상황이라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때면 영어가 더더욱 나오지 않는다. 평생 한국어만 주로 하던 사람이 영어를 하루종일 쓴다는게 쉽지 않은건 당연하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처럼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답답하고 좌절스러웠다.


그래서 요즘 한동안 뜸했던 Audible도 열심히 듣고, 뉴스청취로 Shadowing도 하고, 유튜브에서 생활영어도 챙겨보고, 이래저래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그동안 뜸했던 링글도 다시 재개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 구몬영어를 통해 알파벳을 뗀 이래로 나는 영어공부가 항상 재밌고 좋았다. 중학교때는 매일 새벽 굿모닝 팝스를 듣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영어공부에 빠져들었다. 대학교에 진학한 이후로 10년이 넘게 영어로 먹고 살았고, 미드와 할리우드에 대한 관심으로 영어를 들은 시간은 꽤 많았다. 중간중간 영어와 단절된채 지낸 시간도 있지만, 이렇게 놓고보니 알파벳 이래 영어공부를 시작한지 벌써 어언 30년이다.


그렇지만 늘 "영어로 말하기"는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었다. 지난 30년 가까이 나는 "영어로 말하기" 부분에서 늘 고군분투했다. 영어로 말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신경을 쓰고 열심히 하면 늘기도 하는데, 그만두고 다른 것에 집중하는 사이 이전에 향상된 것처럼 보였던 부분이 모두 날아가버리는 점이 참 어려웠다. 내가 영어튜터들에게 이런 점을 말할 때마다 그들은 "여기 오면 금방 영어가 늘수 있을텐데!"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당분간은 런던에 있게 되었으니 이제 영어에 좀더 집중해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 영어 말하기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여전히 서투르고, 여전히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그대로 온전히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왜 한달동안 별로 발전이 없었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영어를 막상 입에 머금고 지낸 시간이 충분히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런던에서의 남은 기간동안 영어 말하기만큼은 꼭, 자신감을 얻어서 돌아가고 싶다. 말을 안하는 시간이 더 많았고, 듣기에만 노출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액센트에 변화가 왔다는 것을 보면, 그래도 가능성이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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