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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일기 Aug 09. 2024

수만번의 실패를 겪고 깨달은 사실들

실패는 또다른 시작일 뿐이다

나는 실패 전문가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만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도 없는 실패들을 했다. 내 20대와 30대는 철저히 삽질의 역사였고, 늘 패배감과 좌절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나도 언젠가는 날개를 펴고 좀 더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런 미래를 그리기가 도저히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될 정도로 어둠의 시간은 길었다. 이 기나긴 터널은 끝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실은, 지금도 나는 그 터널 안에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 터널 속 시간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아래에 나열할 세가지 측면 때문이다. 


1. 인간관계의 실패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태생적으로 어색한 사람이다.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편하고, 가장 나답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의 나는, 어딘지 어설프기도 하고 필요 이상으로 노력을 하느라 진을 모두 빼는데, 문제는 내가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반드시 상대방을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보다 더 어려운게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사람들과의 트러블이 생기는 날이나,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때마다 나는 안절부절 못하며 더더욱 고군분투했는데, 그럴수록 상황은 더욱더 악화되곤 했다. 


사회생활 뿐 아니라, 가족이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종종 실패의 순간들이 찾아온다. 때로는 내가 그들을 실망시키고, 또 어떤 경우에는 그들이 나를 좌절하게 만든다.  

 

하지만 내가 정말 몰랐던 것은, 어떤 관계든지 실패의 순간이 있게 마련이고, 한번 실패가 있었다고 해서 그 관계가 영영 실패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좋은 감정이 영원하리란 보장도,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리란 보장도 없다. 


그래서 이제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실패, 좌절의 순간이 찾아올 때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이전보다는 좀 더 차분히 그 관계를 지켜보려고 노력한다. 관계는 생물과도 같아서, 영원히 그 상태로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차분히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만회할 기회가 오기도 하니까. 때로는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그 관계를 훗날 소생시키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2. 습관의 실패


나쁜 습관을 유지하는 건 매우 쉬운데 비해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나의 습관은, 매일 러닝하기, 운동하기, 글쓰기 와 같은 것들인데, 이런 일들을 습관으로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의지라는 것은 박약함이 기본값인 것 같다. 나이를 한살 한살 먹을수록, 내 "의지"에 의존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스무살 때부터 지금까지, 난 항상 만들고 싶은 루틴이 있었다. 하지만 그 루틴을 꾸준히 지속하는 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쉽지 않다. 좀 더 어릴 때는 중도에 무너지고 마는 내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좌절해서 아예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1일차 성공, 2일차 실패, 3일차 실패... 그러다가 10일차까지 실패를 하더라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서 11일차에 다시 1일차처럼 시작한다. 지난 실패의 날들은 싸그리 잊어버린다. 그 실패의 기간이 열흘이든, 백일이든, 1년이든, 2년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어차피 내가 바꿀 수 있는건 내 앞에 주어진 날들 뿐이니까. 



3. 일과 공부에서의 실패


어떤 이들은, 무슨 일을 하든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다. 또 다른 이들은, 무언가를 배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서 성장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전자 쪽이었다면 세상살이가 좀 더 편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후자에 해당한다. 그래서 그동안 공부와 일 모두에서 수많은 실패들을 경험했다.


하지만 실패를 얼른 털어버리고 버텨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간도, 일도, 공부도, 서서히 내 편으로 돌아서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 그 지점에서부터 다시 또 시작하면 된다.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한 실패,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든 그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항상 온다. 그러니 아무리 큰 실패라고 해도 좌절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다음에 올 기회의 파도를 기다리며, 준비한다. 준비를 잘 하면 실패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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