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브즈> 그리고 파타고니아 출신 1세대 인플루언서 '마르셀로 불론'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힘이 크다.
세계적인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은 그의 저서 <Tribes>에서 안주하지 않고 눈치 보지 말고 밖으로 또 앞으로 나와서 부족을 이끄는 리더가 되라고 말합니다. 아주 작은 규모의 부족이라도 일단 만들어 소통하면서 부족원들과 좋은 아이디어를 함께 공유하면 놀랄만한 일이 생길 거라면서 말이죠.
인간이라면 누구나
부족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우리는 '팬 베이스'의 힘이 막강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듣보잡 브랜드'라는 표현은 굉장히 폭력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편협한 생각의 산물입니다. 단 몇 명일 지라도 충성적인 '팬'이 존재하는 모든 브랜드는 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일 테니 양파 까듯이 아무튼 다 벗겨봐야 압니다.
관련하여 오늘은 'MARCELO BURLON COUNTY OF MILAN'이라는 패션 브랜드 이야기를 짧게 풀어볼까 합니다.
'마르셀로 불론'은 '부족' 그리고 '팬 베이스'라는 키워드를 토대로 잘 영글어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는데요, 심지어 프린트 디자인까지 아주 씨족스러운 것이 되게 재미있습니다. 느끼기에 따라 한 열 물 간 짜치는 패션 브랜드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유행만 좇다 보면 정작 중요한 걸 다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좋은 건 배우고 느껴야죠.
'MARCELO BURLON COUNTY OF MILAN'의 창업자 '마르셀로 불론'은 무려 1세대 인플루언서이자 밀라노에서 알아주는 클럽 키드였습니다.
소셜 미디어(특히 인스타그램)의 시대가 열리기 전에는 '클럽'이 사회적인 관계를 다지는 주요 창구였는데, 그는 그곳에서 클럽 문지기이자 유명 디제이로 활약하면서 훗날 그의 화려한 이력(패션 PR 전문가, 매거진 스타일리스트, 이벤트 프로모터, 디자이너 등 다재다능했다)의 근간이 되는 인간 관계망을 엮어나갑니다.
그를 통하면 동네 유지부터 톱모델, 언론인, 댄서, 스트리트 키즈, 패션 디자이너(무려 라프 시몬스나 리카르도 티시 같은), 디제이까지 모두 연결되어 '통합'이 되었다니 사람을 부르고 모으는 타고난 인간적 매력이 있었나 봅니다. 부럽군!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의 히피 마을에서 나고 자랐으나 사춘기 시절 90년대 클럽 파티가 성행하던 이탈리아 리쵸네 지역으로 건너 간 '마르셀로 불론'은 학교를 관둔 후 클럽 신에 본격 입문하고 이후 밀라노로 넘어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나이트클럽의 책임자로 활약합니다.
그리고 이벤트 프로모터로서 프라다, 구찌, 라프 시몬스, 질 샌더, 돌체 앤 가바나 등의 메이저 패션 하우스의 행사와 파티를 진행하면서 관련 네트워크를 쌓아 올립니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은 그의 중요한 커리어 포인트인 셀러브리티 PR을 중심으로 한 PR 회사 설립의 바탕이 되어줍니다.
세계 각지의 핫 플레이스를 싸돌아다니며 파티를 열고 디제잉을 선보이던 그를 보기 위해 찾아오던 수많은 사람들, 그는 사람들이 단순히 하룻밤 음악을 듣기 위해 자신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생의 일부가 되어 교감하길 원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진정한 팬은 찾기 어렵고 소중하다.
단 몇 명만으로도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그들은 당신의 관대함과 용기를 원한다.
그래서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공유하는 그들을 위해 '마르셀로 불론' 자신만의 브랜드를 하나 만들기로 결심하죠. 그렇게 그래픽 티셔츠 제작을 통한 '마르셀로 불론'의 스토리텔링이 시작됩니다.
위대한 리더는 부족에만 집중한다.
깃털과 스네이크 모티브가 돋보이는 화려한 프린팅(절친 아니랄까 봐 리카르도 티시 시절의 지방시-스러움이 툭툭 묻어나는데, 충격적인 건 여전히 그러하다는 점), 그의 고향 파타고니아의 오묘하고도 난해한 상징을 담은 디자인(심지어 MARCELO BULON의 브랜드 로고부터 파타고니아의 테우엘체족의 전통적인 짜임 형태인 'Guarda Pampa'를 활용한 것),
고딕 타이포와 볼드한 패턴 플레이의 인상적인 매력, 90년대 클럽 문화와 그 에너지, 사이키델릭 무드를 표현하기 위해 고안한 고유의 심벌 등은 '마르셀로 불론'의 패션 스타일의 특징적인 면모입니다.
'MARCELO BURLON COUNTY OF MILAN'의 '마르셀로 불론'은 뮤직, 아트, 파티를 기반으로 사람을 모으고 사람이 모이는 일종의 커뮤니티이자 스트리트 컬처와 클러빙으로부터 파생된 라이프스타일 차원에서 브랜드를 정의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패션) 디자이너'라고 설명하지도 않죠. 오호!
더욱이 마르셀로 불론은 럭셔리 e-플랫폼 파페치가 2019년 인수한 '뉴 가즈 그룹(New Guards Group)'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프화이트, 팜 엔젤스, 헤론 프레스톤, 앰부시 등 그룹에 속한 브랜드의 역사와 성격이 많은 걸 말해주지 않나요? 공통의 취향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언더와 오버를 넘나들며 하나의 결집된 문화를 만든 주인공들, 비전공자의 크리에이티브로 세상을 놀라게 한 스트리트 베이스의 패션 브랜드들 말이죠.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원하는 게 가슴속에 이미 있고,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면 쉽게 이끌린다.
그가 설립한 회사의 멤버들은 이 시대의 '인플루언서'로서 패션계, 나아가 문화예술계 전반에 새로운 영향을 불러왔습니다. 비슷한 취향과 지향점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면 스트리트 키즈든 부르주아든 한데 모여 어울릴 수 있도록 '브랜드'를 마련해 결집했지요.
어떤 인터뷰를 통해 '마르셀로 불론'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그에게 오늘날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일'이라고요.
아이디어는 중요한 요점이 아니다.
부족을 조직하는 것이 요점이다.
관계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무려 '인플루언서'의 시대, 예상 가능한 전략과 지루한 논리는 용납이 안 되는 '반전'의 시대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유행은 빠져도 인사이트는 살아남은 패션 브랜드 '마르셀로 불론'이었습니다.
아무도
당신에게 리더 자격증을
발급해주지 않는다.
그냥 하면 된다.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