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BUSH 앰부시의 윤안, 경계를 지우고 한계를 넘다.
럭셔리 브랜드의
스트리트 감성 수혈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지하듯 요즘에는 럭셔리 패션 하우스도 혁명에 가까운 혁신으로 부단히 자신들의 정체성을 새로이 확립하려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과거의 유산을 단단히 붙들어 매는 일만큼이나 시대적 특수성에 발맞춰 새 시대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더는 물음표를 던지지 않는다. 시쳇말로 ‘가오’를 버리고 진짜 패션이 생동하는 ‘스트리트’의 감성을 수혈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노력은 이젠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지 않은가.
2018년, 프랑스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 ‘디올’은 남성 라인의 주얼리 담당 디자인 디렉터로 일본 도쿄 기반의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Ambush 앰부시’의 여성 디자이너 ‘Yoon Ahn 윤 안’을 임명했다. 현재 ‘디올 맨’의 크리에이티브 수장이자 '펜디'의 여성 라인 아티스틱 디렉터인 'Kim Jones 킴 존스’가 꽤 오래전부터 그녀만의 창의적인 주얼리 디자인 실력을 눈여겨 온 터였다. 그렇게 그녀는 패션 하우스 브랜드에 입성한 최초의 한국계 디자이너가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Louis Vuitton 루이 비통, Bvlgari 불가리 등의 전통 브랜드들도 이미 그녀와의 협업에 열을 올린 바 있다. 올해는 세계적인 샴페인 브랜드 Moet&Chandon이 그들의 주력 상품인 ‘모엣 샹동 임페리얼’의 리디자인 캡슐 컬렉션을 발표했는데, 이는 해당 제품의 152년 역사상 최초의 협업으로 기록되었고, 파트너링 아티스트는 역시 앰부시의 ‘Yoon Ahn’이었다.
패션 브랜드 Ambush
그리고 Yoon Ahn
오늘 스누피, 아니... 다시, 스눕피가 소개하고 싶은 럭셔리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Ambush’ 그리고 브랜드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 디자이너 ‘Yoon Ahn’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한계’를 뛰어넘고 ‘경계’를 무너뜨린다는 말의 의미를 하나의 실례로서 실감하게 된다. 다소 식상한 표현이지만 대체할 만한 적절한 단어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디자이너 ‘Yoon Ahn’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고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미일의 합작 디자이너라고나 할까.
미군이었던 아버지의 부대 배치에 따라 어린 시절 ‘고향’다운 고향을 가져본 적 없이 국가와 도시를 이리저리 떠돌며 ‘이동’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그녀는 결국 ‘시애틀’에 정착하여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이토록 다채로운 경험이 새로운 것을 자유롭게 받아들이고 포용하며 무엇에든 호기심을 느끼는 크리에이티브 마인드 셋의 원천이 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잦은 도시 이동으로 친구가 없는 개인적인 환경과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 탓에 방과 후 공공 도서관에서 일하며 책과 패션 잡지 등에 깊이 몰두하던 과거의 시간이 현재 매일 같이 이어지는 앰부시 디자인 작업 영감의 튼튼한 기반이 되어주었다고도 이야기한다.
이후 그녀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안고 보스턴 대학교에 입학해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다. 하지만 그녀의 커리어 운명을 바꾼 것은 한국계 일본인 남편 ‘Verbal’과의 만남이었다.
‘Verbal’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일본의 힙합 그룹 ‘M-Flo’의 멤버인데, ‘Yoon Ahn’의 대학 동문이자 브랜드 ‘Ambush’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이기도 하다.
이 두 사람이 브랜드 ‘Ambush’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상당히 단순하고도 흥미로운데, 둘의 마음에 쏙 드는 스타일을 갖춘 브랜드가 현실 속에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에 남편 ‘Verbal’의 그룹 활동 의상과 주얼리도 함께 제작할 겸 직접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는 것.
2003년, 둘은 미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가 친구들을 위해 ‘Yoon Ahn’의 그래픽 디자인을 녹여낸 의류와 독특한 주얼리를 자체 제작하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일본 도쿄 클럽 신에서 크게 입소문을 타게 된다. 이때 함께 어울리던 브랜드가 현재 한국의 스트리트 패션 신에서도 큰 존재감을 과시하는 브랜드인 베이프와 BBC, 사카이 등이라는 점은 꽤나 흥미롭다.
그들은 자주 클럽 파티를 열어 ‘Verbal’의 음악 활동과 더불어 자체 제작 주얼리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클럽 영업을 마감하고 나서는 아파트로 돌아와 주얼리를 포장해 일일이 배송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이후 전국적으로 브랜드의 입지를 넓혀가던 둘은 2008년 브랜드 ‘Ambush’를 공식적으로 론칭한다. 브랜드 운영 초반에는 주로 주얼리 제작을 전문으로 하던 Ambush였지만, 자신들의 주얼리에 어울리는 옷을 찾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2015년 유니섹스 의류까지 직접 제작하여 판매하는 포괄적인 의류 브랜드로 탈바꿈한다.
제가 만든 액세서리를 위한
캔버스가 필요했어요.
룩북 촬영을 하는데
우리의 주얼리와 어울리는
옷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다음 챕터가 시작됐죠.
Ambush의 성장
그들의 시작점과 브랜드 운영의 흐름을 통해 눈치챌 수 있듯 Ambush라는 브랜드의 중심에는 DIY 정신이 깊이 녹아 있고, 아웃사이더의 시선이 담겨 있다. 더욱이 두 창업자 모두 패션 비전공자로서 관습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적이고 아방가르드 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선보이며 컬트적 인기를 긁어모았다.
특히 Ambush는 셀럽들의 자발적 지지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 카니예 웨스트, 퍼렐 윌리엄스, 리한나, 레이디 가가 등의 미국 팝스타들이 ‘찐팬’을 자처하며 그들의 주얼리를 착용해 홍보했고, 지드래곤, CL 등의 국내 스타들과의 무대 의상 협업을 통해서도 그 이름을 널리 알렸다. 눈앞의 필요를 그때그때 해결해 나가면서 나만의 개성을 유지하는 일, 그들은 그것을 통해 팬덤을 쌓았고 브랜드의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다.
저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요.
이렇게 질문하는 거죠.
이거라고 왜 안 되겠어?
이런 식으로 해보면 안 될까?
Yoon Ahn Power
Ambush의 Yoon Ahn은 남성 독식의 패션 시장에서 여성이 주도적으로 리드하는 ‘럭셔리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의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공고히 해나가고 있다. 또한 패션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패션 시상식 중 하나인 LVMH PRIZE의 파이널리스트에 그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앞서 언급했듯 2018년에는 한국계 최초로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 브랜드(Dior)에 아티스틱 디렉터로 입성했다.
저는 패션 스쿨을 나오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패션 잡도 가져본 적이 없죠.
저는 BBC, Ice Cream 그리고 Bape와 같은
스트리트 브랜드에서 수련한 셈이죠.
또한 그녀는 유명 브랜드들과의 지치지 않는 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Ambush라는 브랜드의 경계를 허물면서 심심하고 지루한 브랜드로 가라앉지 않고 계속 비상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
루이비통, 불가리, 사카이, 언더커버, 마이키타, 비츠 바이 닥터 드레, 슈에무라, 나이키 등 협업의 대상 또한 다종다양했고 그녀는 전투적으로 종횡무진했다. 그리고 이러한 '협업'을 통해 그녀는 역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대중에게 친근히 노출시켰다.
너무 뻔한 전략이 아니냐고? 관련하여 Yoon Ahn의 인터뷰 한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그녀는 말한다. 상대 브랜드의 크기와 명성에 상관없이 무언가를 배울 수 없는 조건이라면 애초에 협업을 시작하지도 않는다고.
럭셔리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앰부시는 곧잘 '럭셔리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라고 소개되곤 한다. 그러나 정작 'Yoon Ahn'은 '스트리트 웨어'라는 표현이 남용되는 현실을 달가워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녀는 한 인터뷰를 통해 캐주얼한 스타일의 옷을 모두 '스트리트 웨어'로 눙쳐버리는 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21년의 전 시즌, 앰부시는 일본 전통 의상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기반으로 차려입는 순간에도 '편안함'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소재와 디테일을 세심하게 신경 쓴 컬렉션 의상을 선보였다. 넉넉한 품과 큼지막한 실루엣이 인상적인 룩 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스트리트 웨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스트리트 웨어라는 네이밍은 단순히 스타일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건 브랜드가 처음 뿌리내린 곳의 문화와 정신을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에서 건너온 이방인이 만든 주얼리와 어패럴이 도쿄의 언더그라운드 서브컬처와 관계를 맺으며 자연스레 브랜드의 토대를 만들고, 그것에 매료된 LA와 뉴욕의 스트리트 힙합 신이 한데 섞여 어울리다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일. 이보다 더 '스트리트'스러운 일이 또 어딨겠는가!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앰부시는 '스트리트'와 함께 간다.
어떤 분야에 속해있든
당신의 결과물은
당신의 실제 모습보다
더 눈에 띄어야 합니다.
성공의 이유는 단 한 가지면 충분하고, 실패의 변명은 수만 가지로도 모자라다는 말이 있다. 오늘 소개한 Ambush의 Yoon Ahn은 결코 유리하지 않은 환경과 조건을 뒤집어 새로운 성공 내러티브를 썼다. 그녀가 저명한 패션 스쿨 출신이었다면, 남자였다면, 동양계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앰부시가 지금껏 꾸준히 보여줘 온 혁신적인 크리에이티브는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패션 브랜드 앰부시와 디자이너 Yoon Ahn의 행적을 지켜보면서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한 과거의 점과 점을 연결한다는 것(Connecting the Dots)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겼다. 그것은 결국 알 수 없는 미래를 점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현재의 조건을 긍정하며 최선을 다하는 순간을 모아서 최고의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앰부시의 다음 발자국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어떤 점이 어떻게 새로이 연결될까?
돌아보면 다양한 장소에서
살 수 있었던 경험에 감사해요.
호기심에 목마른 저를 만들어주었거든요.
제 인종이나 성장 배경에 관계없이
오픈 마인드를 갖는 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드는 디자이너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프런트 이미지 출처: SNOBE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