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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답잖은 생각 둘

취향과 패션 & 성숙(Feat. Ye, 프랭크 오션, 모니카, 카뮈)

by 스눕피


OH MY GOAT!


간단히 증명하기보단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때, 나만의 패션 혹은 스타일이 존재해지는 것 같다. 옷 한 벌의 이모저모에 시선을 오래 머무르면서 나름대로 사유하고, 마음의 여운을 충분히 느껴본 사람만이 풍기는 멋이라는 게 있는 것도 같다.


고유한 생각과 이야기를 품은 모든 것에는 우아한 품위가 깃들기 마련이다.


“다음 열차 금방 와요."


개성 강한 브랜드로도 덮어 씌울 수 없는 게 평소 당신이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영화를 보며 사는지, 그러니까 개인의 문화적 취향이고, 그래서 애초에 시퍼렇게 날 선 취향의 지존들은 역설적으로 개성 강한 브랜드를 거부하는 것 같다.


어쩌면 그들에겐 총명한 선택 논리와 불안한 결정 장애가 짜치는 일일지도 모른다. 중독된 취미처럼 일상에 깊이 밴 고민의 잔향에 자연히 어울리는 당연한 끌림과 흐름 속 선택이 곧 패션일 테니까.


"이 새끼야, 그림 말고 날 봐! 작품이잖아."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오직 질감, 연식, 핏, 맥락으로만 소통하는 칸예 웨스트의 편집 강박 디테일 변태 파이오니어 패션(내가 방금 지어낸 표현)과 프랭크 오션의 빈티지 베이스 로우파이 혼종 쿨안쿨 패션(이 표현도 마찬가지) 짤들을 도토리 쟁이듯 부지런히 줍줍하다 보면 위대한 예술 작품 앞에 선 목마른 미술관 관람객처럼 경건해진다.


꿀꺽.


"거긴 일당 얼마길래?"


"일단 전화 끊고, 빨리 와요. 형, 야가다도 괜찮죠?"


취향이라 내려치기엔 너무 거대한 그들의 감각은 정말 놀랍고, 매번 무한한 존경심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OH MY GOAT!



인생 2회 차


미국의 가수 Monica 모니카는 무려 열넷의 나이에 녹음을 시작해, 고작 열다섯에 공개한 데뷔 앨범 <Miss Thang>(1995)의 타이틀 곡 "Before You Walk Out Of My Life"에서 성숙한 이별의 감정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13살의 '모니카'로부터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을 발견해 레이블 계약까지 맺은 프로듀서 '달라스 오스틴'은 그녀의 데뷔 앨범 발매 당해의 매거진 인터뷰에서 "모니카는 말이죠, 인생을 두 번은 살아본 사람처럼 노래해요!"라며 그녀의 탁월한 감정 소화 능력과 풍부한 표현력을 극찬하기도 했는데, 관련하여 모니카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직 겪어보진 않았어도,
마음에 느껴지는 그대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노래했을 뿐이에요.



가능합니까?


"여자하고 이별을 해본 적이 없어요?"


한편, 프랑스의 대문호 ‘알베르 카뮈’는 그의 나이 열아홉 무렵에 이런 문장을 썼다.


"땅, 하늘, 꿈, 행동, 신. 모두가 사랑의 대상이다. 삶이 지닌 온갖 형태를 골고루 사랑하라."

"산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충분한 반항이 아닌가?"


후덜덜!


놀랍다.


인생 2회 차?


추체험의 위력?


관찰에서 빚은 영감?


Camus was 뭔들!


엠탈 카뮈 센세 ㄷㄷ


위대한 예술가들의 타고난 표현력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 들지 않은 생각과 겪지 않은 감정을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그들의 어떤 신적인 능력이 감탄스러워서 눈물이 다 날 것만 같다.


가능합니까?


제길슨, 꼭 푹 찍어 먹어 봐야 똥인 줄 아는 나 같은 범부는 어찌 살아 가라고!



■ 오늘 마땅히 함께 듣고 싶은 노래

https://youtu.be/Ptiz0KtR16E?si=YTFSoggNg_LNLh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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