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슈즈 유행 올까?

얄팍한 긴장감 말고, 넉넉한 안정감이 필요해!

by 스눕피


결핍과 반작용


패션 트렌드는 결핍을 채우는 방향으로 흐른다.

그래서 늘 반작용의 역사를 쓴다.


지난 몇 년, 삼바와 가젤처럼 얇고 날렵한 스니커즈가 길거리를 점령했다.


2022년, 벨라 하디드&마크 칼만 커플의 전설적인 투샷. 삼바&닥터마틴의 글로벌 확산 대성공. 포럼 로우는 실패! 2026년, 다시 불 붙을까?


스케이트 슈즈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뭐가 될 수 있을까?


미니멀한 디자인 말고 투박하고 큼직한 실루엣,

얇은 밑창 말고 두툼한 고무창과 편안한 힐 패딩 그리고 넉넉한 토박스와 푹신한 혀.


(어쩌면) 스케이트보드 슈즈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지도 모르겠다.


디씨 모르면 나가라!


오직 기능에서 출발했지만, 특유의 과장된 미학이 어느 순간 매력적으로 읽히며 설득력을 갖게 되는 ‘뇌이징’의 서사,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중반을 강타한 스케이트 슈즈 브랜드 DC와 오시리스가 대표하는 꽤나 투박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


그리고 쉽게 미끄러지지 않고, 오래 신을 수 있으며, 충격을 잘 버틸 수 있는 ‘기능성’과 ‘내구성’이라는 신발의 본질에 대한 집중은 시대의 요구와도 맞아떨어진다.



스케이트는 반복되는 마찰과 충격의 스포츠다.


강한 기능이 요구되는 제품군일수록 성능을 전제로 한 다양한 실험 도구가 붙고, 새로운 실루엣과 참신한 디자인 코드를 만들어내는 법이기에, 스케이트 패션은 스타일과 기능이 경쟁하며 오랜 긴장의 미학을 품어 왔다.


오시리스 슈즈의 살벌한 실루엣


개성적 존재감


모두가 옷을 웬만큼 잘 입는 시대.


이제 성격이 강하고 존재감이 분명한 패션 아이템만이 우리의 일상 편집 리스트에 올라올 수 있고, 스케이트 슈즈는 아주 제격인 물건이다.


보드화는 멋있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기능을 견딘 모양이 흐르는 시간과 함께 고유의 미학으로 호출된 케이스이다. 따라서 조금 더 쿨한 아이템, 조금 더 색다른 포인트를 찾는 이들에게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선택의 지점이 될 거라 생각한다. 본디 “왜 이렇게 생겨 먹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옷과 신발은 더 강한 존재감을 가질 자격 또한 있으니까.


2019년, 버질 아블로는 루시엔 클락과 함께 루이비통 최초의 스케이트 슈즈를 공개했다. 그러나 상징성과 이미지만을 이용한 이 신발이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욕을 잡쉈다.


Runway Signals


동시대 패션 코드의 글로벌 확성기라 부를 수 있는 럭셔리 하우스 런웨이 위에도 물론 힌트가 있었다.


Prada Spring Summer 2026


루이비통의 리조트 2026 남성 컬렉션에서는 스케이트 슈즈로부터 차용한 실루엣이 비교적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두툼한 아웃솔과 패딩, 그리고 적당히 투박한 로우탑의 참맛.


Louis Vuitton's Resort 2026 Menswear


프라다는 2026 봄 컬렉션에서 반스 어센틱을 빼닮은 캔버스 로우탑을 무대에 올렸고, 디올의 조나단 앤더슨 역시 반스 에라를 연상시키는 실루엣을 데뷔 컬렉션에 포함시켰다.


보다 앞선 2025년 가을/겨울 시즌에는 (대놓고) 발렌티노와 반스의 어센틱 협업이 있었다.


너무나 명백한 신호들이다.


Valentino's Authentic & Dior's Era


패션 트렌드 예보는 가끔 헛된 일처럼 느껴지지만, 현재 우리 삶의 기분과 모양을 결코 벗어나지 않기에 참 매력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도 마음도 다 지쳐버린 2026년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건, 얄팍한 밑창과 얄쌍한 실루엣이 주는 긴장감보단 그저 두툼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우리의 아치를 꽉 잡아주는 안정감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


당장의 대세라 부르기엔 이르지만, 끝내 버티고 견뎌내는 스케이트 슈즈의 타고난 본성처럼, 조심스럽지만 단단하게 우리의 평범한 일상 위로 치고 올라오지 않을까?



■ Pour up for A$AP, R.I.P. Pimp C

https://youtu.be/kz4QdwQhWL4?si=-rjdX2r9WTKJ-pX2

It's Alright by Too $hort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환영받지 못할 걸 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