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받지 못할 걸 알면서

사랑의 힘으로 더 기괴하게. 패션 브랜드 '마티에르 페칼'

by 스눕피


“그녀가 매일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녀의 자기표현을 향해 쏟아지는 그토록 심판적인 반응들을 마주하며,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불관용에 대해 때때로 슬픔을 느낀다.

이 사회는 규범에서 벗어난 존재에게 보상을 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폄하될 뿐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걸어 나간다.

비웃음과 손가락질,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들, 때로는 노골적인 공격을 견디면서.”

- Steven Raj Bhaskaran


살아 있게 만드는


2014년, 한나와 스티븐은 몬트리올의 라살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다 만나 사랑에 빠졌다. 각자의 환경에서 순응을 강요받던 이들은 서로를 깊이 있는 존재가 되도록 장려하며, 규범적 압력을 벗어나기 위해 꾸밈없는 자기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낼 자유를 발견한다.


“사회는 암을 두려워하고, 특히 질병이 신체 외관에 미치는 영향을 두려워한다. 우리는 항상 그것과 면도된 두상, 눈썹에 매료되었다. 눈썹과 머리카락을 없애면 외계인처럼 보이고, 우리는 그것을 아주 좋아한다."

Steven Raj Bhaskaran


2016년, 두 사람은 ‘배설물’이란 뜻의 브랜드 ‘마티에르 페칼(Matières Fécales)’을 설립한다.


패션의 미학이 되기 전 그들의 사랑은 생존의 방식이었다.


브랜드 설립 초기, 두 사람은 기존 유통망의 기대에 맞춰 예술적 비전을 타협하지 않기 위해 'Depop'을 통해 팬들에게 직접 작품을 판매했고, 재고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주문 제작 방식을 고수했다.


특히, 그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초현실적인 비주얼을 선보이며 엄청난 수의 팔로워를 불러 모았고, 충격과 공포의 교리 아래 강력한 글로벌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외계인이 되기로


삭발한 머리와 눈썹, 창백한 피부와 검게 칠한 눈, 인공 보철물을 활용한 신체 변형. 이 두려움 없는 자기표현과 극단적인 의상은 브랜드의 고유 신념이자 핵심 미학이 됐고, 안전하고 정상적인 상태만을 원하는 시장과의 의도적 거리 두기의 제스처가 됐다.


럭셔리 패션의 매끈함을 거부하고, 인간 생에 공존하는 아름다움과 혐오, 고귀함과 추함을 모두 드러내겠다는 이유와 함께.



악몽이 무대로


두 사람은 23년 11월, 도버 스트리트 마켓(DSM)의 아드리안 조페(Adrian Joffe)를 만났고, 이듬해 DSM Paris 인큐베이터에 합류했다.


그리고 25년 3월,


파리패션위크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PFW 데뷔 컬렉션. 10년 간 누적한 포스트 휴먼 미학을 날카로운 테일러링과 꾸뛰르에 가까운 실루엣으로 선보였다.


착한 마음에서


"나는 재봉을 시작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내 옷은 내가 직접 만들 것이다. 그래야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는지, 아이들이 학교 대신 공장에 가게 하지는 않았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Hannah Rose Dalton


'마티에르 페칼'은 모든 아이템을 주문 제작으로 생산, 재고 폐기와 원자재 낭비를 막는다(또한 데드스톡 소재를 활용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한다). 나아가 트랜스·장애인 모델을 포괄적으로 캐스팅하여 괴롭힘, 가족 거부, 공공 불안을 겪는 '타자'의 고통을 표현하고, 퀴어 커뮤니티와 소수자의 자유로운 정체성을 지지하고 있다.


소외된 이들을 위하는 착한 마음과 무섭고 기괴한 '악몽' 같은 이미지가 상충하며 끝없는 호기심을 부르는 양파 같은 패션 브랜드.


스티븐이 한나에게 바친 2026 컬렉션. 괴롭힘, 가족의 거부, 공공 공간에서의 불안 등 두 사람이 직접 체험한 개인적 서사로부터 출발한 세계관이 제도권 무대로 확장했다.



좋은 사람이라


패션 브랜드 '마티에르 페칼'을 발굴하고 물심양면 지원한 도버 스트리트 마켓의 아드리안 조페.


전위의 이단아들을 위해 현대 패션의 성전을 쌓아 올린 그의 브랜드 선정 기준은 결과적으로 이 두 사람의 태도를 설명하는 말처럼 들린다.


누군가를 밀어내지 않고도

자기 세계를 끝까지 밀고 가는 사람.


규범에 맞추기보다

스스로 설 자리를 만들어가는 사람.


한나와 스티븐은 그렇게 브랜드가 되기 전부터 서로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환영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솔직한 자기 이야기를 멈추지 않으면서.


"브랜드 선택 기준이요?

먼저 '좋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비전이 있어야죠.

남을 짓밟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걸 해내려는 태도요.

자기만의 공간을 찾고, 두려움 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아, 그리고 유머 감각.

제길슨! 그게 정말 중요해요!”

Adrian Joffe


■ 사랑의 힘은 이해와 배려

"Understanding is what we n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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