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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안개 석연 Apr 13. 2016

아름다운 순환

단풍나무 새순 깨어나기

                                                                                    

사실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 가지
지난가을 예쁘게 물들었던 단풍이
찬바람에 시들고 물기를 잃어가다가
어느 날 홀연히 떠날 때
이미 난 태동하고 있었지
어쩌면 그가 내게 자기 자리를
미련 없이 의연하게 물려주고 갔는지도 몰라
그가 떠난 그 자리에
이미 내가 봉긋 자리하고 있었다니
아니 어쩌면 내가 있었기에
그가 떠났는지도 모르지
영구치가 없는 결손치아는
유치가 오래가듯이
내가 없었다면 그는 아직도 버텼을는지
누군가 떠난 자리에 누군가 들어서고
누군가 예쁘게 피었다가 진 자리에
다시 누군가가 피어나고
묵은 잎 떨어진 자리에 새잎이 돋고
한 해 잘 자란 산야초가 진 들과 산에
새순이 돋아나고
그가 떠난 자리에
내가 이렇게 돋아나니
나는 그의 몫까지
더 예쁘게 더 아름답게 더 유익하게
이 생을 살아야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이 아름다운 순환의 의미를 다하는 것
이 아름다운 순환의 가치를 잃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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