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중에서도 봄산에 대한 기억은 아마도 25~6년 전쯤부터인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이 안 된 상태로 시골집 마당에서 바라다본 봄산. 봄산이 그렇게 싱그럽고 생기로운 줄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아마도 그 이전에도 숱한 시간을 봄산을 보긴 했을 터인데 눈으론 보았으되 마음으론 보지 못했음이리라. 산이나 들이 가을에 제일 예쁘고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었고 당연 좋아하는 계절도 가을이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그 해 봄산을 본 이후론 해마다 봄이 되면 눈은 봄산으로 향하고 화려하게 물든 가을산과 다른 봄산의 생기롭게 물오르며 피어나는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겨우내 메마르고 건조했던 수목들이 수분 듬뿍 빨아올리고 머금어서 연갈색 연초록 연분홍으로 몽실몽실 피어오르면 이제 갓 피어나는 여중생들의 볼처럼 생기 있고 발랄했다. 봄산의 알록달록 어여쁨은 화려한 가을색의 아름다움과 또 다른 생기롭고 윤기 나는 풋풋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런 봄산의 아름다움도 아프게 아려온 기억이 있다
몇 해전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제를 모시러 다니던 즈음 바라본 봄산
떨어지는 꽃잎에 마음이 따라 떨어졌다
온통 길가엔 벚꽃이 흐드러지고
떨어진 꽃잎 위로 바람이 달려가건만
내 마음은 따라 달리지 못했다
먼 산은 연둣빛으로 물이 오르고
온 산이 피어나건만
내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찌 저리 고운 것이 되려 내겐 슬픔인가
어찌 저리 화사한 것이 되려 내겐 아픔인가
어찌 저리 아름다운 것이 되려 내겐 죄스러움인가
바람이 불자 스르르 마음이 무너졌다
졸졸 계곡물 흐르자 줄줄 마음이 흘러내렸다
이런 것이었구나
가신 뒤 후회한들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살아 실제 섬기기를 다하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이런 것이었구나
또 한 번 가슴 아리고 저미는 기억
세월호....
봄볕이 이렇게 따스한데
봄바람도 이렇게 청량한데
봄빛은 이렇게 싱그러운데
봄물은 또 왜 이다지도 맑고 시원한지
그런데
그런데
왜
이 모든 것이 아파야만 하는지
맑은 하늘을 보면 심장이 아파
싱그러운 봄 숲을 보면 가슴이 아려
멈춰진 시간에 태엽을 감을 수가 없어
.
.
.
.
.
봄볕이 봄볕만으로 따뜻한 세상이면
봄바람이 봄바람만으로 청량한 세상이면
봄빛이 그저 봄빛만으로 싱그러운 세상이면
봄물이 그저 봄물만으로 맑고 시원한 세상이면
찬란하고 싱그러운 봄을 보며
가슴 아리고 저민 마음들이 없었으면
그저 싱그럽고 화사하고 풋풋한 봄산으로
온 마음이 화사하게 웃을 수 있는 날들이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