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여전히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었다.
나는 사무실에 나가면서 주식과 거리를 뒀다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못했다. 동료 중 한 사람이 주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퇴직 전부터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 투자자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애매했다. 몇 개 종목을 사두고, 오를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방식이었다. 농사로 비유하면 방치에 가까운 자연농법이랄까. 말하자면 그는 ‘장기투자자’에 가까웠다. 그는 주식을 활발히 하는 지인에게서 종종 정보를 얻었고, 가끔은 제법 괜찮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지나고 보면 꽤 큰 수익으로 이어졌을 법한 종목을 추천받았던 경험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했다.
나는 선배의 도움 없이 직접 주식을 하는 게 버거웠다. 망설이다가 동료를 의지해 소액 투자하기로 하고, 내 투자 성향을 곰곰이 생각했다. 투자재원이 퇴직수당이기 때문에라도, 공격적인 방식보다 안정적인 방식이 어울렸다. 초보자인 만큼 개별 종목보다는 ETF가 더 안전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침 그 무렵, 세상은 곧 메타버스 시대로 넘어갈 것처럼 떠들썩했다. 경제 뉴스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넘쳐났다.
나는 메타버스 ETF를 매수했다.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20% 가까이 급등했다. ‘역시 내 예상이 옳았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이 들자 차츰 동료가 보유하거나 추천하는 종목도 따라 샀다. IT, 제약·바이오, 반도체 등 매수 종목이 점점 늘어났다. 동료는 일단 매수하면 웬만해서 들여다보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나 역시 잦은 매매는 결국 증권사만 배부르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능한 한 매매를 자제했고, 기다리는 것 자체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에는 뚜렷한 근거가 있었다기보다, 그렇게 믿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어느 날부터 오후 6시가 넘어 알지 못하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두 개 기업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내일 주가를 확인해 보고 관심 있으면 연락 달라”는 내용이었다. 다음 날 확인해 보니 두 기업 모두 10~ 20% 가까이 상승했다. 생소한 이름의 기업들이었다.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문자가 왔다. 결과도 늘 비슷했다. 동료에게 물었더니, 그는 문자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선배와 예전 증권회사에 근무했던 친구에게 물었더니 둘 다 고개를 저었다. 특히 친구는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며 조심하라고 했다. 사실 그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소풍 때 보물 찾기에서 한 번도 찾은 적 없고, 로또 4자리 숫자조차 거의 맞힌 적 없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나는 그 문자를 보내온 번호를 삭제하고 스팸 처리했다.
사무실 운영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나는 주식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문제에 봉착하면 책에서 답을 찾는 것이 내 방식이다. 바둑을 배울 때도, 그림을 시작할 때도, 당구나 골프를 만났을 때도 늘 그랬다. 주식 역시 맨땅에 헤딩하듯 부딪치기보다는, 이론적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필요하다고 느낀 책은 구매해서 가까이에 두고 여러 번 들여다보았다.
『네이버 증권으로 배우는 주식투자 실전 가이드북』에는 시험공부하듯 밑줄을 긋고, 중요한 내용은 한글 파일로 따로 정리해 두기까지 했다.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읽고 난 후에도 내용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했지만, 마음만큼은 든든해졌다. 그렇다고 주식을 잘하게 됐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책 속의 이론을 이해하는 듯했지만, 실제 매매할 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책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어떤 종목을 어느 시점에 매수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매수는 기술이고 매도는 예술이다.’라는데 예술은커녕 기술도 몰랐다. 계좌도 내가 원하는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사무실 동료와 대화를 나눌 때면 지난 일에 대해 종종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IMF, IT 버블, 세계 금융위기, 코로나 장세…. 지나고 보니 모두 위기였지만 동시에 기회였고, 우리는 늘 한발 비켜서 있었다.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그때는 꼭 잡자.”
그 말은 서로에 대한 다짐이면서, 위로하는 주문이기도 했다.
동료들과 함께 사무실을 운영한 4년 동안 투자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주식에 꾸준히 관심을 두던 동료와 달리,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내가 실제로 HTS 창을 들여다본 시간은 첫해뿐이었고, 이후 3년 가까이 주식을 잊고 지냈다. 한때 20% 가까이 올랐던 메타버스 ETF는 어느새 20% 가까운 손실로 돌아섰고, 보유 종목 대부분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2025년 2월 초, 사무실 문을 닫을 때 나는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정리했다. 계좌에는 IT 종목 하나만 남겼다. 공부했지만 이해하지 못했고, 스스로 주도하지 못하고 방관자처럼 지냈다. 주식은 참 어렵다. 내게 주식은 여전히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