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직자의 초보 주식투자 분투기 4

뒤늦게나마 주식 앞에 제대로 섰다.

by 백승인

2024년 정치는 혼란스럽고 대내외 경제 상황은 나빠졌다.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 12월 3일, 대통령이 한밤중에 TV에 나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 앞마당에 군용 헬기가 내려앉고, 총기를 휴대한 군인이 국회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갔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에 이어 해가 바뀐 뒤 헌재의 파면 결정에 이르도록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파면 결정 이후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유력 후보가 뜻밖의 화두를 던졌다.


‘코스피 지수 5,000’


그를 제외한 다른 후보는 물론 많은 정치인, 정치 평론가 또는 경제 전문가도 ‘5,000’은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며,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2,500 아래에 머물러 있었고, 역대 최고치조차 2021년 6월에 기록한 3,316.08이었다. 5,000은 현실적인 목표라기보다, 선거용 수사에 가까운 숫자처럼 보였다. 그건 어디까지나 꿈의 수치였다.


그런데 6월 초 선거가 끝나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주가조작을 하는 사람은 패가망신할 것이라는 발언이 있었다. 여당 주도로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고 한국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이 추진되었다. 우리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국제 기준에 발맞추려는 시도로 평가되었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왔으며, 밥 위에 떡이라고 해야 할까, 반도체 영업실적이 AI를 등에 업고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됐다.


그 사이, 내가 보유했다는 사실조차 거의 잊고 지내던 IT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그 기업의 임원이 대통령 AI 수석으로 발탁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고, 주가는 내가 매수한 가격보다 50% 가까이 올랐다. ‘앞으로 더 오르겠지’라는 생각에 그대로 두었다. 결과적으로 그 가격은 지난 4년 동안의 최고가로 남았다. 이후에는 박스권에 갇혀 답답하게 움직였다.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전망이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나다운 선택이었다.


9월이 되자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그즈음 주식을 하는 선배를 포함해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과 만났다. 화제는 어김없이 주식이었다. 선배는 반도체 기업 가운데 하나를 언급하며, 그동안 많이 올라서 30만 원을 앞두고 있지만, 앞으로도 충분히 더 오를 수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냥 흘려들었다. 주식은 여전히 내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었다. 코스피 지수는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엄청난 기세로 달려 나가더니 10월 말에는 4,000을 넘어섰다. 그즈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은 개인투자자들의 오랜 염원이던 ‘10만 전자’를 달성했다. 선배가 언급했던 다른 반도체 기업은 50만 원을 넘어섰다.


그제야 나도 이른바 FOMO 증후군을 느꼈다. 경주 APEC과 ‘깐부 회동’을 계기 삼아 주식시장에 들어가기로 생각을 바꿨다. 11월 초, ‘깐부 회동’ 참석자 가운데 한 사람이 운영하는 자동차 회사의 주식을 매수했다. 반도체 기업은 가격이 너무 올라 도저히 뛰어드는 게 엄두가 나지 않은 대신,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주식 관련 책을 집어 들었다. 그동안 나는 자신이 장기투자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타 매매를 하는 트레이더의 책을 읽다 보니, 그 믿음이 흔들렸다.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가 디폴트’라는 문장에 유독 눈길이 갔다. 주식을 보유한 채 마음을 졸이느니, 수익이든 손해든 기준을 정해두고 그에 따라 수시로 매매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공감이 갔던 문장이 있다.
‘주식투자는 내가 좋아하는 종목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종목을 사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기업’,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는 데에만 집중해 왔다. 시장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여러 권의 책을 읽어 보니, 수익을 내는 사람들의 말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당장 무엇을 사느냐 고민할 시간에, 먼저 공부부터 하라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 장이 열리기 전에는 미국 증시를 비롯한 해외 시장을 살펴보고, 하루 거래가 끝나면 그날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 거래대금이 많고 상승률이 높은 종목 중 30개가량 추려 그 이유를 분석하라는 것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과정은 최소한 30일 이상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12월 초부터 나는 그 방식을 흉내 내고 있다. 아직 서툴고, 여전히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하지만 이제 조금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전에는 아무런 기준 없이 매수하고 그대로 방치했었다면, 이번에는 시장을 넓게 보려 노력하는 중이란 점에서 말이다.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나는 주식 앞에 제대로 서 있다는 사실이다. 예전처럼 비켜서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작정 뛰어들지도 않은 채로. 이번에는 천천히 의심하면서, 그래도 끝내는 뒤늦게나마 안으로 걸어 들어온 상태로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