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늦게 배운 주식,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나는 주식을 늦게 배웠다.
정확히 말하면 ‘주식’이라는 단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내 삶으로 들어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34년 직장에 몸담았던 시절, 나는 늘 확실한 것들 곁에 서 있었다. 정해진 월급날, 예견된 일과, 통제 가능한 실수의 범위. 내게 위험을 감수하는 일은 미덕이 아니라 경계의 대상이었다.
주식은 반대편에 있었다.
누군가는 대박을 터뜨렸고 누군가는 전 재산을 잃었다는 무성한 소문들. 그 이야기들은 언제나 나와는 다른 종(種)의 사람들이 하는 일처럼 들렸다. 그래서 몇 번 마주할 기회가 스쳐 지나갈 때도 나는 기꺼이 비켜서 있었다.
퇴직은 내게 해방인 동시에 질문이었다.
무엇으로 하루를 채우고,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갈 것인가. 평소 하고 싶던 다양한 일을 하나둘 시도하며 지내온 지 어느덧 6년. 60대 중반의 나이에 나는 또다시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 이제 나는 매일 아침 HTS(홈트레이딩시스템)와 만난다. 주식은 나를 부자로 만들어주지는 않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무미건조하던 뉴스가 씨줄과 날줄로 얽힌 사건들을 풀어주는 참고서로 읽히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내가 여전히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게 해 주었다.
이 연재는 수익률을 뽐내는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착각과 후회, 작은 성공과 큰 실패, 망설임과 무모함의 기록에 가깝다. 도망치지 않고, 과장하지 않으며, 흔들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은퇴자의 고백이다. 주식은 내 인생의 한가운데에 놓을 목적지가 아니라, 나의 태도를 투명하게 비추는 거울임을 깨닫는 과정이다. 조급함이 낳는 참혹한 결과와 ‘기다림’이라는 단어 뒤에 숨은 오해를 이 늦은 나이에 다시 배우고 있다.
이제, 차분히 그 이야기를 꺼내 놓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