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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Jun 26. 2022

오늘은 조용하네요는 금기어야!

<라떼마리즘> 정말 일이 없더라도 입 밖에 내지 마라!

오늘은 좀 조용하네요.


(모두 나를 쳐다본다. 아니 째려본다...)


- 아니, 반장님~ 그 이야기하면 어떻게 해요!

- 오늘 일은 다했네요.

- 아... 참... 내.


20여 년 전 초임 형사반장 시절.

아니, 정말 무전도 잘 안 떨어지고, 파출소에서 인계되는 사건도 없어서 있는 그대로를 말했을 뿐인데, 반원들 표정이나 말이 다들 한 대 칠 듯이(?) 노려 본다.


말이 씨가 되었던 걸까? 우연의 일치일까?

그 후로 무전이 연거푸 몇 건 떨어졌고, - 그리 큰 사건은 아니었지만, - 오늘은 좀 조용하네요가 불러일으킨 해프닝은 그날로 끝이 났다.


형사 금기어가 있다.

사건이 정말 없을 때, 조용할 때, 다들 느끼더라도 그걸 입 밖에 내지 않는 것!


누구나 다 마음속으로는

- 아, 오늘 좀 조용하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내뱉지 않는다.

그 말이 씨가 되어서 사건이 발생한다는 미신 같은 터부가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 같은 병원에서도 그런 터부가 있다고 들었다.


그 후 신참 형사가 전입 왔고, 며칠 후 당직날.

무전 지령도 없이 절간처럼 조용한 그 밤...


- 형님들, 오늘 좀 조용하네요.


(나를 포함해서... 일제히 노려봤다.)

김 형사가 대신 총대를 메었다.

- 야! 그런 말은 하는 거 아냐!


운 좋게도(?) 그날은 그렇게 조용히 마무리되기도 했다.


어차피 미신이겠거니 하지만, 아직도 금기어는 금기어다.


- 그런데, 정말 오늘은 좀 조용하다.  

- 혹시나 무전기가 망가진 건 아닌지 키를 이것저것 눌러본다...

<라떼마리즘>
일이 없더라도 일이 없다거나 조용하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 마라! 형사 금기어다.
말이 씨가 되어서 큰 사건이 벌어진다는 터부가 있다.
복불복 식으로 그날 일이 없다면 속으로만 외쳐라!
- 어, 오늘은 조용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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