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하다 Nov 26. 2023

몰입이라는 열탕에서 결과물이라는 땀 흘리기



핀터레스트



 몰입이야말로 해야 할 일을 가장 빠르게 끝내게 해주는 지름길이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공부든, 숙제든, 운동이든 막상 시작하면 순수하게 그 일을 해내는 시간 자체는 얼마 걸리지 않은데, 시작하기까지가 정말 오래 걸렸던 적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런 ‘마음의 준비 시간’은 짧게는 몇 십분~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 혹은 몇 주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    

해야 할 일의 데드라인이 얼마나 남았느냐에 따라 준비시간은 한계를 모르고 길어질 수 있는 걸 보면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핀터레스트



몰입은 마치 열탕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몰입을 이렇게 표현하면 왜 몰입이라는 영역에 발을 담그는 게  그렇게나 힘겨웠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피부가 따끔거리고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나가고 싶은 열탕의 온도를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열탕에 들어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가능한 만큼 시간을 미루고 미루는 것이다.


 열탕에서 버티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특히나 열탕은 처음 들어간 순간이 가장 고통스럽다.

집중도 마찬가지다. 집중을 하려고 자리에 앉으면 핸드폰도 보고 싶고, 안 하던 청소도 하고 싶어지고, 갑자기 목도 말라진다. 어떻게든 이 집중이라는 열탕에서 벗어나고 싶어 머릿속에서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그 순간을 지나 뜨끈한 열탕에 고집스레 앉아있다 보면 따끔거리던 피부의 감각이 점점 무뎌지고 어느새 콧잔등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다.

몰입이 열탕이라면 결과물은 땀과 같다. 결과물을 가장 빠르게 내려면 집중(몰입)을 해야 하듯, 열탕에 들어가야 땀이 쏟아진다.


미지근한 탕이나 냉탕에서 아무리 있어본들 사실 열탕만큼 빠르고 확실하게 땀을 내기란 불가능하다.

열탕에 들어가기 싫어 몰입하는 느낌만 내보고자 발만 살짝 담가본들 이도저도 되지 않는다. 또한, 몰입을 길게 하려면(열탕에 오래 있으려면) 적절히 쉬어주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무리하게 열탕에 오래 앉아 탈진상태가 되면 당분간은 몰입 근처도 가고 싶지 않을 테니까.


핀터레스트



몰입을 지속할 수 있으려면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고 그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

나의 한계치가 50이라면 50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자주 몰입해야 한다. 자주 몰입하다 보면 나의 한계치는 어느새 60으로 높아지게 된다. 몰입을 지속한다는 건 열탕에서 가장 오랫동안 버티는 것보단 조금씩 한계치를 높이는 일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렇게 말을 하는 나도 몰입이라는 열탕에 발을 넣는 순간이 가장 힘들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냉탕에선 아무리 애써도 땀이 나오질 않으니 들어갈 수밖에.


척 봐도 열탕 고수의 포스를 풍기는 강철 피부의 할머니를 롤모델 삼아, 오늘도 심호흡을 하고 몰입이라는 열탕에 들어가 결과물이라는 땀을 흘려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전이라는 상자를 여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