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망설이는 도전은 한 가지쯤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1단계에 곧잘 올라가곤 하는데 꼭 나만 그 1단계가 너무 멀고 높아 보일 때가 있다.
단지 1단계일 뿐인데도.
그런 벽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요동치곤 한다.
사실 그다지 올라가고 싶지도 않았다고 툴툴거리거나, 왜 이렇게 나만 어려운 지 모르겠다고 자책하거나,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가만히 노려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깔끔히 포기하고 떠나지도 못해 서성거리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도 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장대 높이 뛰기랄지, 멀리 뛰기엔 안타까울 정도로 소질이 없었다. 몸을 부웅~하고 날아올라 가장 높이, 가장 멀리 도달하는 것들 말이다. 사람들은 각자 손에 쥐고 태어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인데, 내 손엔 타고난 재능이나 순발력은 없는 게 분명했다.
한마디로 80이 나오려면 적어도 120은 해야 나오는 타입인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꽤 오랫동안 외면해 왔지만 이제는 제법 받아들였다. 멀리 뛰기에 소질이 있는 사람도 있고, 작은 보폭으로 부지런히 걸어야 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나는 단지 작은 보폭으로 열심히 걸어야 하는 사람인 것뿐이다. 그저 남들보다 좀 더 많이 움직이면 된다. 넉넉히 준비해서 마음먹었을 때 한 번에 해내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니 결국 내가 경계해야 할 건 게으름이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도전이 망설여질 땐 몸을 움직이면서 망설이는 게 좋다. 망설이는 그 순간에도 발을 디딜만한 것을 쌓아 올리면서 고민해야 한다.
1단계에 올라서기가 망설여진다면, 0.1단계, 0.2단계의 발디딤판을 만들면서 망설여야 한다. 가만히 서서 망설이면 높은 벽은 결코 낮아지지 않지만, 뭐라도 딛고 올라설만한 것을 모아서 쌓다 보면 높았던 벽이 더 이상 높게 느껴지지 않더라.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서 성취하게 되면 손안에 재능이나 운이 없는 것에 자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올해는 이 기세로 망설이기만 했던 도전에 많이 올라서고 도전해보고 싶다.
망설여진다고 자책할 필요 없이 부지런히 계단을 놓으면서 말이다. 이제는 좀 높은 곳에 있는 도전을 올려다보면 막막한 감정보단 두근거리는 마음이 더 크다. 저기에 결국 올라서면 얼마나 짜릿할까 싶어서.
이렇게 버킷리스트를 지우다 보면 내가 되고 싶던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