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은 항상 살짝 취해 방문하십니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1차로 어딘가에 들러 배를 채운 뒤, 살짝 상기된 얼굴로 문을 여시지요. 나란히 들어오시는 두 분의 모습은 20대의 데이트 현장과 다를 게 없습니다.
테이블로 안내해 드리든, 바 자리를 내어 드리든 그대로 앉으십니다. 착석하면서도 계속 대화 중. 메뉴판 펼칠 새도 없이 좋아하는 와인 한 병을 먼저 주문하십니다. 안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늦게까지 계세요. 다른 손님들이 돌아가실 때쯤이면 좋아하는 노래를 몇 곡 적어 틀어 달라고 말씀하십니다. 두 분 다 음악을 좋아하시는데 취향은 조금 달라요. 무언가를 추억하는 표정으로 음악을 듣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저도 무언가 화답하고 싶어 잠시 고민한 뒤 답가를 띄우기도 합니다. 항상 성공하진 않지만, 답가가 만족스러우실 때면 멜로디를 흥얼거리십니다. 맑은 목소리 아래로 세월이 흐르고, 그 소리 위엔 흰 머리칼만큼의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안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어딘지도 중요하지 않을 테지요. 완전히 끊지 못한 사회로부터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잠깐 일어나야 할 때면, 그 김에 담배 한 대를 태우기도 하시지요. 못 본 체하고 싶은지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습니다. 타오르는 청춘들의 사랑 타령일 리는 없겠지만, 내 얘기를 하고 내 얘기를 듣고, 네 얘기를 하고 네 얘기를 듣고. 그렇게 두 분의 오늘이 끝나 갑니다. 많은 이들이 이 둘의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를,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를.
#유재하
- 그대 내 품에
술잔에 비치는 어여쁜 그대의 미소
사르르 달콤한 와인이 되어
그대 입술에 닿고 싶어라
#만원식탁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