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한 분이셨습니다. 평생 글을 써 오셨는데, 젊은 시절 사고를 당해 몸의 반쪽이 마비되셨다고 해요. 와인을 좋아하십니다.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들어오셔서 자리를 잡으시곤 매번 한두 병씩 드시지요.
단골손님들은 자주 보다 보니 삶의 흔적들이 하나둘 보입니다. 말투, 표정, 그리고 특히 동행의 모습에서요. 달팽이 아저씨는 친구가 많으셨어요. 한마디 한마디 뱉어 내는 게 불편한 친구 앞에서 술친구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아저씨의 무리들은 그 불편함을 기꺼이 수용하며 언제나 즐겁게 자리하셨어요. 아저씨의 힘겨운 대화에 귀 기울이며 밤늦게까지 술과 대화를 함께하셨습니다.
“현금 줄 테니까 만 원만 깎아줘~.”
단골 멘트였습니다. 그러면 할인 대신 서비스 안주를 드리기도 하고, 기습 협상에 못 이겨 실제로 할인을 해 드리기도 하고 그랬지요. 결국 뭐 하나는 얻어 가셨으니 타고난 협상가였던 걸까요.
시설 보수를 위해 일주일간 문을 닫은 적이 있었습니다. 공사를 마친 다음 날 밤, 바로 방문하신 달팽이 아저씨. 항상 주문하시던 와인 한 병을 시키셨고, 저는 자연스레 와인을 오픈해 따라 드렸습니다. 딱히 테이스팅하시는 스타일은 아니라 코르크를 정리하고 돌아서는데,
“사장, 잠깐만. 이 와인 맛이 간 것 같은데?”
“그럴 리가 없는데요. 한 모금 마셔 봐도 될까요?”
"마셔 봐. 상했어. 보관 잘못한 거 아니야?”
“괜찮은 것 같은데요.”
“그래? 알겠어.”
그러고서는 언제나처럼 즐겁게 웃고 떠들다 가셨습니다. 그게 달팽이 아저씨의 마지막 방문이었습니다. 공사 기간 동안 와인 보관에 문제가 있었던 건지, 불편하지만 보람된 그만의 삶을 살고 계신 그분께 와인은 중요한 낙이었고, 아저씨의 입에 그 와인은 분명히 상했던 것이었지요. 10년도 넘은 일이지만 지금도 너무 죄송합니다. 제 작은 욕심 때문에 달팽이 아저씨는 그 시절의 휴식처 하나를 잃어버리게 되었어요. 미안합니다. 어느 곳에서든 몸 건강히 즐겁게 지내시길…
#DionneWarw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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